치매는 하나의 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으로 성숙한 뇌가 후천적인 이유로 손상돼 전반적으로 학습, 언어 등 인지기능과 복합적 사고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이다. 집 현관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던가 이미 통화를 끝낸 거래처에 다시 전화를 거는 등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포괄적인 용어다.
치매는 무서운 질병이다. 환자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도 파괴하기 때문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치매 가족을 돌보다 지쳐 먼저 보낸 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이 때문에 현 정부는 치매 환자와 가족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겠다는 치매 국가 책임제를 공약하기도 했다.
몇 시간 동안 비슷한 얘기를 재차 묻는다면 치매를 의심할 수 있다. 기억력과 사고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영어에서 치매(dementia)는 온전한 정신(mentia)가 나간(de-) 상태로 표현된다. 옆에서 볼 때 `영혼 없이 살아가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환자의 인격을 위해서라도 사망선고를 내리고 `근조`를 써붙이는 게 낫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이를 그냥 보내줘야 할지 멈춰 세워야 할지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아직까지 치매는 발병 전 상황으로 되돌릴 만큼의 치료법이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많은 연구가 이뤄지면서 증상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거나 다소 개선하는 정도는 가능해졌다. 정도에 벗어나지 않고 규칙에 따르는 생활이 예방과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된다. 또 국가와 사회,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부단히 치료법을 찾는다면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용민 지방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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