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말을 하면서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것에 대해서 평가를 해달라고 하면 쉽게 `나쁘지 않아`라는 말이 나온다.

영어 표현 `Not bad(나쁘지 않다)`로 좋다와 나쁘다의 중간쯤으로 인식된다.

좋다고 할 수는 없으나 나쁘지 않다는 희망을 갖고 싶은 간곡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원래 표현하고자 하는 말을 그보다 약한 뜻의 말로 표현하는 방식.

오히려 뜻을 강조하는 효과를 나타낸 곡언법(曲言法,Iitotes)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식적으로 어떤 것을 규모나 중요성에서 실제보다 적게 나타내는 그 의도에는 긍정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좋지 않다`라고 할 것을 `과히 나쁘지 않다`라고 말하거나, `맛이 없다`를 `맛이 좋지는 않다`로 `크지 않다`를 `작지 않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좋지 않은 건강진단 결과를 받게 되면 `이제 큰일 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보다는 `나쁘지 않다,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더 심각한 상태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나쁘지 않으면 좋은 것이라고 여겨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많은 상황에서 판단을 미루거나 물건을 선택할 때, 원하는 것이 없는 경우 차선으로 생각할 때, 상대방의 주장에 동의하진 않지만 상대방은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에 이 말을 쓰기도 한다.

나쁘지 않다는 것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 좋다는 뜻이기도 하며, 좋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나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좋지 않지만 나쁘지 않으니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의미 아닐까. 병원에서 암 진단이나 질환을 통보받고 좌절해 자포자기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반대로 절망감을 극복하고 더 나쁘지 않음에 감사하며 치료에 적극적인 환자들을 볼 때 결연함이 느껴진다.

OECD국가 중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의 75% 이상이 치료와 일을 병행하며, 심지어 암 3기 진단 후 수술을 3번 하고도 부서 이동 없이 업무를 지속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최악의 상황을 나쁘지 않다고 인식하고 일상과 평상심을 유지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니며, 나쁘지 않은 점을 찾다 보니 더 나쁘지 않은 게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좋은 소식은 문자메시지로 알리고 나쁜 소식은 전화 또는 직접 전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상황이 좋지 않지만 조금은 멀리 떨어져본다면 지금의 상황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쁘지 않다는 표현은 좋지 않을 때 도전할 수 있고 힘을 주고 격려해주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긍정의 힘을 키운다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우리의 마음이 더 단단해질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외로움과 우울증, 나아가 치매를 일으키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뇌세포를 공격하기도 한다.

평소에 편안하고 안정적인 마음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뇌가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데 최적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좋지 않은 검사결과와 진단을 받았다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차분함과 평상심을 유지하고, 슬프거나 힘든 일에도 나쁘지 않다는 간곡함으로 너무 낙담하지 말고 희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심문숙 건양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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