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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건축] 맥락을 아는 건축

2019-09-04기사 편집 2019-09-04 08: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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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한창인 것 같은데, 어느덧 입추를 지나 이제는 백로를 바라보는 때가 되어, 아침과 저녁으로는 제법 가을 초입의 서늘한 공기가 느껴진다. 올해는 추석도 이르게 오는데 추석이 지나면, 어김없이 주변에서 하나 둘 결혼식을 알려오기 시작할 듯하다. 결혼식에 가면 다양한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옷차림들도 보게 된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나름대로 차려 입고 온 모습들인데, 그중에는 요즈음 소위 '민폐 하객 패션'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좀 과하거나, 너무 캐주얼한 차림들을 심심하지 않게 보게 된다. 그럴 때면 의도적인 것이야 아니겠지만, 부러 시간을 내어 결혼식에 온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식 같은 의례 말고도 옷차림에 신경 쓸 곳은 많다. 언제인가 하이힐을 신고 가서 구설수에 오른 미국 대통령 부인이 방문했던 재난 현장이나 기업에 따라 달리 준비하고 가야 하는 취업 면접장 등 모든 장소, 모든 때가 옷차림을 결정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장소와 때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옷차림을 결정하게 하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옷차림 말고도 전후좌우의 맥락을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것들은 허다하다. 맥락이란 전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콘텍스트(context)의 우리말 표현으로 사전적으로는 사물 따위가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나 연관을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일에 있어서 맥락을 파악한다는 것은 의사결정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이닝 빌딩스 위키(Designing Buildings Wiki)라는 사이트에서는 건축적 맥락을 다음과 같이 요약되는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건축 환경적 관점에서 맥락은 특정된 프로젝트나 부지와 관련하여 연계되는 방식과 조건으로 지칭될 수 있다. 건축된 환경(built environment)을 구성하는 건물과 구조물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대한 대응, 지원 및 개선을 위하여 구상되고 설계되어야 한다. 맥락의 개념은 기존의 도시 구조(fabric), 지역성, 전통 그리고 토착 특성(vernacular) 등으로 설명되며, 건축 설계 개념을 주변 환경의 본질에서 찾음으로써, 새로운 건축 환경과 오래된 주변 환경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형이상학적 의미에서의 '장소'를 만들거나 유지할 수 있다. 프로젝트 혹은 부지의 맥락에는 그 지역의 지형, 부지의 이력 및 용도, 지역 문화, 건축 양식, 지역 건축 재료 및 시공 기술, 지역 기후 및 미기후. 정치적 환경, 정책적 환경. 경제적 환경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건축에 있어서 맥락이라는 개념이 이처럼 다소 어렵게 설명되고 있어서인지 우리의 주변에서 맥락을 잘 이해하고 세워진 건축물들은 아직 소수에 한정되고 있다. 일반 민간 건축물은 물론, 공공건축물에서도 그렇다. 그렇지만 건축물이 들어설 부지의 전반적인 상황, 즉 자연환경과 지형, 기후 특성, 인근 건물의 규모와 형태 등을 잘 살펴보면 그 지역의 구조적, 지역적 맥락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지역의 전통과 시대 정신을 이해하고, 지역 친화적 재료와 시공을 한다면 비교적 올바르게 맥락을 고려하는 건축이 가능할 것이다.

건축에서 맥락을 고려함은 맥락주의(Contextualism)와 같은 거창한 건축이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마디로 '어울리는' 건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울림이 동일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튀는' 건축물도 때로는 체코 프라하에 있는, 건축가 리차드 마이어(Richard Meier)의 댄싱 하우스(Dancing House)처럼 지역에 대한 지독한 맥락적 탐구의 결과일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설계한 '그냥 튀는' 건물과는 다른 차원의 건축물인 것이다.

또한 그냥 또한 지역의 고유한 맥락을 찾아가는 노력을 지속하면, 소위 '뉴욕을 복사하는 서울을 복사하는', 그러한 몰개성의 건축 환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 '맥락을 아는 건축'을 제대로 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사)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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