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아 시인
박세아 시인
우리 충청지역의 문화는 자기 자신은 완전하게 보여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완전하게 배척하지도 않는 시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화가 대전과 충청지역을 성장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충청지역의 문학도 그러한 영향을 받아서 여유 있는 삶, 그리고 자연과 정서적인 면에서 누구나 수용하는 관용의 미를 볼 수 있다. 우리 지역의 문학은 빠르고 감각적인 중앙문학과는 다르게 느림의 미학으로 삶을 표현하고 자연 속에서 여유를 찾는 자연스러움 보여준다. 가을과 자연처럼 여유로움을 보여 주면서 넉넉하고 포근한 충청지역의 문학을 살펴보기로 한다.

수수밭 / 수수밭 사이로 / 기우는 / 고향 / 가까운 / 산자락 / 보릿재 / 내는 / 사람들 / 귀향열차 / 뒤칸에 / 매달린 / 노을, / 맨드라미 꽃물. (박용래, 꽃물 전문)

이 시는 가을과 자연을 보여 주는 시로서 추석에 고향 가는 열차와 뒷칸에 매달린 붉은 노을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열차에는 화자가 타고 있다. 명절을 지내기 위하여 귀향하는 열차 꼬리에 따라가는 붉은 노을이 물들어 있는데 그 색은 맨드라미꽃처럼 붉은 빛깔, 꽃물로 비유하고 있다. 자연적 여유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노을이 지는 아름다움을 깔끔하게 표현하고 있다.

햇살도 터져내린 늦가을 저녁 / 찬 서리마저 핥아 빨아먹고 / 그렁그렁 한 주먹 살이 된/ 아, 늙은 아버지 // 아스라이 감나무에 매달려 있다. (양문규, 홍시 전문)

이 시도 자연과 가을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들어있고 저녁의 찬 서리 내릴 때 늙은 아버지와 감나무를 비유하여 삶의 애환을 그리고 생로병사와 연결하여 그렸다.

자연적 색감, 빨간 햇살 그리고 늦가을 저녁의 찬 서리를 핥아 먹는다는 표현은 시각과 촉각을 잘 어우러져 계절을 표현했다. 공간적 배경에서는 늙은 아버지가 홍시처럼 감나무에 매달려있다는 표현은 자연과 인간의 생사를 비유했다.

노자는 자연성을 궁극의 미로 보고 있는데 배후에 있는 참된 진리, 자연의 원리를 도라고 본다. 즉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고유한 본성에 따라 자유롭게 지낼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를 알고 깨달을 때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했다. 충청의 문학은 자유로움 속에서 자아와 세상의 이치가 하나로 결합해 여유로움을 찾는 수용과 관용의 시대정신을 찾았다. 박세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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