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닿을 때까지

홍민정 을지대학교병원 외상중환자실 파트장
홍민정 을지대학교병원 외상중환자실 파트장
누구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생활을 한다. 필자도 바쁘다는 이유로 건강을 잘 챙기지 못한다. 의료인 임에도 불구하고 마찬가지의 불안함을 가진 채 살아간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잘 마련됐고, 건강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도 높은 편이다.

운동이나 식이요법, 다이어트 등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늙어가면서 생기는 질병이나 갑작스런 사고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 상황을 내 의지로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환자들을 만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신규간호사 시절에는 무조건 위로해줘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환자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경력이 조금씩 쌓일수록 환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어떤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말을 할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말이다.

무작정 위로해 주는 것만이 환자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호흡기질환으로 입원치료를 받던 환자를 간호 할 때 일이다. 환자 상태를 살피기 위해 병동 라운딩에 나섰고, 환자에게 인사를 한 후 `숨이 차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환자는 매일 똑같은 간호사들의 질문에 지쳤는지 필자에게 몹시 화를 냈다. 호흡기질환의 특성 상 간호사들이 라운딩 시 똑같은 질문을 했을 테다.

거기에 병상생활로 지친 마음이 더해지니 화가 난 모양이었다. 이후 그 환자에게는 정형화된 질문을 하지 않고 일상적인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환자가 좋아하는 질문을 찾고 답변을 듣는 과정을 통해 환자의 호흡 상태를 확인했다. 그때 깨달았다.

환자를 아픈 사람으로 단정 짓는 것보다 평범한,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외상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지금도 그때의 깨달음을 잊지 않고 있다. 의식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인사 후 일상적인 안부를 먼저 묻는다.

그리고 어디 불편한 곳은 없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이를 바로 개선해주려 노력한다.

의식이 없는 환자라면 환자 본인이 직접 자신의 상황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더 꼼꼼히 살펴 어떤 간호가 필요한지를 파악한다.

매일 오전 면회시간이 되면 필자의 감정이 더욱 격해진다. 가족들과 손을 맞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환자들을 보며, 그들도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살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픈 사람, 환자가 아니고 평범한 사람으로 말이다. 환자 본인이 아닌 이상, 누가 환자의 마음을 모두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현직에 몸담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보호자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환자와 함께한다.

환자의 마음을 진심으로 느끼고, 환자의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오늘도 환자의 요구를 한 번에 알아내고, 최선의 간호를 제공하는 신통방통한 간호사가 되기 위해, 나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만나러 간다.

홍민정 을지대학교병원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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