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다."

결국 선배가 후배를 품었다.

한용덕 한화이글스 감독도, 김태균도 팀에 돌아온 이용규를 품었다. 그리고 "고생 많았다"고 다독였다.

올 시즌 개막 직전 구단에 불만을 갖고 트레이드를 요청한 이용규가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중징계를 받은 지 5개월 만에 팀에 복귀했다.

트레이드를 요청한 내용보다 방법론의 문제가 컸다.

보직 변경 등의 불만을 들어 급작스럽게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팀을 뒤집어 놓은 것도 문제였지만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관련 내용을 언론에 노출하며 구단을 압박한 점이 분노를 샀다. 구단은 행위의 부적절성, 팀 기강 및 품위 훼손을 들어 중징계를 내렸다.

`이용규 파문`은 여러모로 팀에 생채기를 냈다.

베테랑 홀대론을 키워 한 감독의 리더십에 상처를 냈고, 팀 기조인 `리빌딩` 명분도 싸늘히 식었다. 성적마저 추락하며 팬들의 원망은 팀으로 향했다.

이용규 항명 사태에 가장 마음 고생이 심했던 건 이용규 자신과 한 감독이다.

한 감독은 이용규가 복귀한 1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전날 잠을 자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부터 반성했다"며 자책도 했다. 이용규가 팀에서 이탈한 5개월이 한 감독에게도 고통의 나날이었다.

그럼에도 한 감독과 선수단은 프로답게 이용규를 맞았다.

한 감독은 어색해하는 이용규를 포옹하며 환대했고 선수단도 박수로 맞았다.

이번 이용규의 복귀엔 한 감독의 포용이 결정적이었다고 전해진다.

"후배 선수의 야구 생명을 이렇게 끝나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한 감독의 진심이 있었고 구단은 시즌이 끝나기 전 이용규의 복귀를 결정했다. 한 감독은 야구 선배로서 이용규를 일찌감치 용서했고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이용규 역시 지난 4월 한 감독과의 면담 이후 매월 구단을 찾아 진심어린 반성과 사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팀 성적이 최하위권을 맴돌다 보니 복귀 시점을 논하기가 쉽지 않았을테다.

이용규는 복귀 후 "앞으로는 개인보다 팀을 위한 선수가 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팀`만 생각하겠다는 그의 진심이 구단을 움직였다. 코칭스태프와 팀원들의 "고생했다"는 말에 담긴 의미를 이용규가 더 크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강은선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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