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에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식구(食口)`라고 한다. 결혼과 출산을 해서 가족이 느는 것도 새 식구가 생겼다고 표현한다.

`한 식구나 다름없다`는 말은 친밀함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함께 밥을 먹는 사이라는 게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말과 상응한다는 것에 새삼 놀랍다.

그런데 요즘은 식구라는 단어가 참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혼자 식사하는 혼밥족이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56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약 30%에 이른다고 한다.

열 집 중 세 집은 혼자 산다는 의미다. 대가족에서 핵가족 이젠 1인 가족 시대라니 식구라는 단어가 어쩌면 일상생활 속 단어가 아닌 사전 속에서나 의미를 갖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1인 가구의 증가는 혼밥족의 증가로 이어진다. 혼밥족의 증가에 발 맞춰 다양한 종류의 인스턴트 식품도 넘쳐난다.

밥과 나물 각종 국과 찌개부터 떡갈비 까지 몇 분만 데우면 진수성찬이 뚝딱하고 차려 지는 편리한 세상이다.

혼밥 시에는 메뉴 선택을 할 때 남 눈치 볼 필요 없이 먹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하지만 자유를 얻는 대신 건강 문제에서는 몇 가지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대부분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은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나 먹는 동안에도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본다.

혼밥의 경우 식사 중 휴대전화를 보기 위해 목을 아래로 숙이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런 자세가 지속되면 일자목과 목 디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

혼자서 붐비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경우 빨리 먹는 경향이 있다.

음식물은 입에서 약 30회 이상 천천히 오래 씹을수록 소화 효소의 분비도 촉진되고 천천히 식사를 할 경우에 위에서도 포만감을 느끼는 호르몬이 분비돼 뇌로 전달된다.

충분히 씹고 여유 있게 식사를 하는 행위가 결과적으로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혼밥을 하는 경우 무엇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잦은 인스턴트 식품의 섭취로 인한 영양 불균형이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을 포함한 5대 영양소를 필요로 하고 다양한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식사대용의 인스턴트 식품들은 탄수화물 위주의 고열량 식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혼밥족이 주로 이용하는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조리가 끝나는 간편 조리식품들은 플라스틱 용기를 데우면 재질에 따라 호르몬에 영향을 주거나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어쩌다 한두 번이 아닌 매일 랩을 씌어 음식물을 데우고 일회용 용기에 담긴 물과 음식들로 생활을 장기간 한다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1인 가구와 혼밥족이 버리는 생활 쓰레기는 4인 가족 대비 두 배가 된다는 환경부 조사도 있다. 일회용 포장음식과 배달음식 증가도 쓰레기 문제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한몫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혼자 하는 식사는 함께하는 식사보다 즐거움이 덜할 수 있다.

혼밥족이 즐겨 구독한다는 유튜브의 다양한 먹방 채널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함께 먹는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신선한 재료와 고른 영양소를 갖춘 나만을 위한 밥상을 준비하는 것은 질병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수고일 수 있다.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등은 제철과일과 보충제를 통해서 섭취하고 야식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것도 혼밥족의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모두가 서로의 뒤통수만 쳐다보고 혼자 하는 식사의 어색함을 모면하기 위해 쉴 새 없이 휴대전화에 집중하며 먹는 대신 혼자 식사하는 사람끼리 잠시라도 마주 앉아 `혼자 오셨어요?` `이 집 진짜 맛있죠?` 하며 음식에 대한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늘어가는 혼밥 트랜드가 마냥 쓸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한진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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