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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선구안(選球眼) 그리고 가을

2019-09-02기사 편집 2019-09-02 10: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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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미·일 프로야구에서 '가을 야구'를 위한 각 팀들의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 야구 선수, 특히 타자에게 중요한 것이 동체시력(動體視力)이다. 스포츠 전문의에 따르면 동체시력은 움직이는 물체에 뇌가 반응해 몸에 명령을 내려 행동하도록 만드는 일련의 시간적 단위 능력이다. 효과적인 연습으로 동체시력이 향상되면 다른 어떤 감각보다도 운동 능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 선수는 동체시력을 키우고자 테니스공에 숫자를 쓰고 타석에서 날아오는 그 공의 숫자를 알아맞히는 연습을 꾸준히 해 남달리 선구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구안이 뛰어나면 홈런이나 안타를 칠 수 있고 하다못해 사구(四球)를 얻어 1루에 살아나갈 수 있다.

그동안 책장에 둔 채 읽지 못했던 '신호와 소음'을 꺼내 읽고 있다. 저자인 네이트 실버는 이 책에서 통계학을 토대로 산더미 같은 자료 중에서 잘못된 정보(소음)를 걸러내고 진짜 의미 있는 정보(신호)를 찾아내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여러 사례 가운데 하나. 암호명 '커브볼'(Curveball)이라는 이라크인 망명자가 후세인 정권의 화생방 무기 개발 프로그램 정보를 미국 정보기관에 제공했다. 본인이 직접 무기 개발에 참여했다고까지 했으나 모두 거짓말이었다. 이라크인 망명자는 서방 국가가 이라크에 개입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려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간절하게 전쟁을 원했던 미국의 정책 결정자는 커브볼의 정보를 사실로 믿었고 결국 이라크전쟁을 일으켜 7년간 수많은 인적 피해를 불러왔다. 자기 생각과 맞아떨어지는 정보만을 받아들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확증편향'이 작용한 사례다.

소설과 영화에서는 '복선'이라는 장치를 통해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미리 귀띔해준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신호를 보낸다. 이런 신호를 무시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세계 최대의 장난감 유통업체였던 토이저러스는 1948년 창업 이후 줄곧 성장가도를 내달렸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갈림길에서 오프라인 유통만 고집하는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결국 지난해 파산신청을 했다. 2006년에서야 뒤늦게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했지만 침몰하는 배를 구할 순 없었다. 반면에 아마존은 쇼핑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신호를 제대로 포착하고 적절한 전략을 펼쳐 세계 최고의 온라인 쇼핑몰로 우뚝 섰다.

성공한 사람들은 눈이 좋은 견자(見者)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상황의 본체를 꿰뚫어보는 투시자인 동시에 아직 오지 않은 시대를 미리 내다보는 선견자라고 할 수 있다.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고 했다. 부지불식 간에 우리 옆에 다가온 미래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여름보다도 책이 덜 팔린다고 하지만 가을은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다. 이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줄이고 혜안의 보고(寶庫)인 책을 옆에 가까이 두면 어떨까?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는 동체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평소에 디지털기기를 멀리했다고 한다. 가짜 뉴스를 비롯해 너무 많은 정보, 즉 TMI(Two Much Information)가 범람하는 요즘 신호와 소음 사이에서 옥석을 구별하는 눈과 귀를 '책'을 통해 키우자.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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