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아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다. 외형은 `토끼`인데 배꼽을 누르면 소리로 동화를 읽어 준다. 그중 `양치기 소년`이 기억에 남는다. 줄거리는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내용이니 생략하겠다. 교훈은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자주 하면 믿음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동화 중 하필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이 생각 나서다.

사업자인 KPIH는 지난달 20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요지는 "분양 예정자들에게 예약을 받은 것이 불법 행위가 아니다"였다. 그러면서 근거로 법률자문을 첨부했다. 법률자문 말미만 보니 그럴싸했다. 사전예약은 예약자에게 구속력이 없어 분양신고 이전 사전예약을 하더라도 건축물 분양법을 위반했다고 해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다시금, 법률자문서를 들춰봤다. 머리말에는 사전 예약자의 정의가 `미분양된 상가 매수를 희망하는 자`로 적혀 있었다. 유성구가 경찰에 KPIH를 고발한 이유는 `미분양된 상가 매수를 희망하는 자들에 대해 예약한 행위`가 아닌 `분양자 공개모집 이전 특정 층·호실에 대한 물건을 예약한 행위`에 있다. KPIH는 위법행위의 본질에 벗어난 채 사전예약의 정의를 내렸고, 해명 또한 빗나갈 수 밖에 없었다.

혹시 몰라 법률자문을 받은 해당 법무법인에도 확인해봤다. 법무법인은 KPIH에게 해준 법률자문의 방향은 유성구가 KPIH를 고발한 이유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는 답변을 내놨다. 법률자문을 왜 받았는지, 그리고 상관도 없는 자문을 왜 발표했는지 되려 묻고 싶은 대목이다.

상가를 예약했다는 한 제보자에게도 이에 대해 물었다. 당연히 노발대발했다. 그는 "어느 누가 미분양이 될 상가를 미리 예약하겠는가"며 "특정 층·호실을 예약하려고 예약금을 넣었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KPIH는 또 지난달까지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했다. 이마저도 말일이 돼서야 이달 중으로 체결 시점을 미뤘다. 어차피 납부기한은 이달 26일까지였다. 그들에게 어느 누구도 빨리 계약을 체결하라고 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호언장담하고 본인들이 지키지 않았을 뿐이다. 관리감독기관인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묵묵부답이다. 이쯤 되니 누가 양치기 소년인지 궁금하다.

취재 2부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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