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혁신도시 지정은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이자 꼭 풀어야 하는 숙제가 됐다. 충남도 입장에서는 너무나 절박하지만 참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남아 있다.

내포 혁신도시 지정은 올해 충남도의 10대 현안 중 첫머리에 올라 있다. 중요도 순으로 볼 때 안면도 관광지 개발이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조기폐쇄, 어르신 버스비 무료화 사업을 제치고 1번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하고 다급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내포 혁신도시 지정은 양승조 충남지사가 도지사 출사표를 던지면서 공약으로 내놓을 때만 해도 이처럼 어려운 일이 될지 짐작하지 못했던 것 같다. 충남도청이 위치한 내포신도시를 제대로 된 도시로 만들자는 게 양 지사의 구상이었고, 그 당위성도 충분했다. 충남은 지난 2005년 관할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이유로 혁신도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당시에는 세종시가 충남도에서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혁신도시 대상에서 빠졌더라도 감내할 만 했다.

그런데 2012년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경제적 손실 및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충남도는 2012년 기준 인구 9만 6000명, 면적 4만㎢, 지역총생산 1조 7994억 원이 감소됐다. 혁신도시 지정 지역 중 수도권이 아닌 도(道)단위에서 충남도만 배제돼 국가균형발전이란 국정철학에도 맞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공약에도 내포를 환황해권 중심도시로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충남도는 이를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이전을 염두에 둔 내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도는 혁신도시 지정을 위해 중앙부처 방문, 충청권 4개 시도지사 공동건의문 채택, 100만 명 서명운동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나 정치권은 내포 혁신도시 지정 문제에 대해 꿈쩍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혁신도시 추가 지정 법안은 여전히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이후 감감 무소식이다. 집권여당인 민주당내 당론 채택을 추진했지만 이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승조 지사는 두어 달 전 민선7기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혁신도시 지정과 관련한 착찹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공약으로 내세우고 추진할 당시 이렇게 힘들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는데 암초들이 많다. 우군은 적고 반대세력은 깊고 넓게 존재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유병국 충남도의회 의장의 말도 이를 대변한다. 이 의장의 말을 빌리자면 시도의회 의장단 협의회에 가서 혁신도시에 대해 동의를 구했는데 대전, 충남을 뺀 나머지 시·도가 모두 반대다. 수도권 보다는 영호남 지방에서 반대가 더 거세다. 그들이 보기에는 충남과 대전은 수도권인데 더 어려운 우리들을 놔두고 왜 그러느냐는 반론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며칠전 30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충남혁신도시 유치 범도민 추진위원회`가 충남도청에서 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향후 대정부 투쟁을 결의했다. 대부분 위원들은 삭발투쟁과 단식투쟁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충남도민의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고, 각계 요로에 호소해도 안되니 벌어지는 일이다. 조용하게 서명운동을 전개해 도민들의 여론을 전달했는데도 변하는 게 없다. 실력행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안타깝다.

대정부 투쟁과 함께 빼놓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혁신도시 유치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대전· 충남만 없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나머지 15개 시도가 납득할 만한 논리개발이 더욱 필요하다. 내포신도시 탄생 배경과 현주소, 도시의 지향점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단순히 충남의 주요 공공기관이 입지한 내포신도시를 넘어 국토균형발전을 지향하고 환황해권 중심도시로서 발돋움 할 수 있는 미래형 도시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 은현탁<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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