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술을 듭시다. 이제 조선의 해는 없어졌소 그러니 조선에는 아침도 없소. 앞으로는 일본의 해가 조선땅을 비춰줄 것이오. `백상`도 일본제국의 충신이 되기를 맹세하시오."

`하시모토`가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조정래의 장편대하소설인 12권짜리 `아리랑` 중 2권 `해가 진 나라`란 소제목에 나오는 대목이다.

배경은 1910년 8월 29일 한일합방조약이 공포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일제의 손아귀에 넘어간 대한제국의 혼란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이날을 `일제에게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경술년에 일어난 치욕적인 일`이라는 뜻으로 `경술국치`라 한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에게 들이닥친 36년 한 맺힌 모진 약탈과 수탈의 식민지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강제징용도, 위안부도 악랄한 일제의 만행 중 일부다.

학창 시절 `아리랑`을 여러 차례 읽으면서 일본에 분개 했던 감정은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가지고도 남을 공통분모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 식민지배의 합법성을 강조하는 책인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저자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일제의 강제징용을 전면으로 부정, 일본 우익단체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회의서다.

심지어 체류 비용은 일본 극우단체인 일본 역사논전연구소가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도대체 그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도저히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많은 조선인은 자신들의 의사로 일본에 갔으며, 징용은 합법적이었다. 조선인 노무자들의 임금은 높았고, 전쟁 기간 자유롭고 편한 삶을 살았다"라는 망언을 발표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 그를 일본 극우인사인 후지키 슌이치는 "매우 훌륭한 연구자다. 목숨 걸고 연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칭송했다.

이래도 되는 건지…

지하에 계신 순국선열들은 이 기막힌 광경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오늘은 2019년 8월 29일.

`하시모토`의 `백상`은 1910년 8월 29일 그날만 있었던 게 아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말씀하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란 가르침에 8월 29일이 포개진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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