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공정과 정의의 문제로 혼란을 겪고 있다.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개혁주의자를 자칭하며 사법개혁을 이끌어왔지만, 그와 가족이 기득권을 지키고자 사용한 수단은 개혁적이지 않았고 상식을 벗어난 것 들이었다.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과 청년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사과했지만,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불법은 없었다는 주장에 수긍한다 치더라도 그가 사용한 특권과 편법을 이해하고 용서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이 9월 출범하는 충청남도복지재단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재단은 충남의 급변하는 복지환경에 부응해 복지정책을 개발하고 복지서비스의 전문성을 증진하며, 민간협력을 촉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난관 때문에 설립하기까지 10여 년의 세월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정상과는 거리가 먼 엇박자의 행보를 걷고 있다. 기관의 대표이사에 재단설립 소관부서의 책임자이던 전직 공무원이 선임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둘러싼 편법논란과 이에 따른 재단의 정상적 기능수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충남도청은 공개모집과 임원추천위원회 심의를 거쳤기 때문에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라지만 여러 가지 부분에서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다.

가장 먼저 언급할 수 있는 것이 도덕성 논란이다. 재단설립이 가시화되던 금년 초부터 도청의 저출산보건복지실장이 대표이사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지역 사회복지계에 회자됐다. 이것이 소문이 아님을 증명하듯, 그는 대표이사 공모발표 12일 전인 5월 10일에 정년을 1년여 남기고 조기 퇴직한 후 응모해 선임됐다. 이러한 정황 때문에 `담당 공무원이 자신의 퇴임 후 자리를 위해 복지재단을 이용했다`는 합리적 추정과 도덕적 비난이 일고 있다. 대표이사가 특권과 편법으로 선정됐다면 기관 자체의 정당성도 흔들릴 수 있다. 재단사업의 핵심파트너이자 대상인 민간부문의 동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간이 인정하지 않은 재단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한 연구는 향후 충남복지재단의 중요역할로서 `공공과 민간의 가교`, `민간의 옹호와 지원`, `복지기관 간 연계체계 구축` 등 사업을 제시했다. 도의회는 관련조례제정 과정에서 재단이 "광범위하게 난립해 있는 복지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분산과 조정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것 들은 민간부문의 협력 없이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선임된 대표이사의 적법성도 문제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는 퇴직 공직자가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동법 제17조 제1항 제11호 나목은 취업금지 대상기관을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사회복지사업법 제19조와 제35조는 `사회복지분야 6급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지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사람 중에서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기초자치단체가 관할하는 법인의 임원이나 시설장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제한규정은 기초자치단체에 적용되며, 광역인 충청남도는 해당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도모한다는 입법취지 정도는 숙고했어야 했다.

충남복지재단은 `복지수도 충남`이라는 비전을 추진할 핵심기관이다. 하지만 대표이사 선임문제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위법하지 않다는 도청의 입장은 적법성문제 때문에 수긍할 수 없으며, 눈에 보이는 편법과 반칙도 용납하기 어렵다. 사회복지 현장을 지키는 사회복지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복지재단의 출범을 기대하는 다수의 도민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인사(人事)는 곧 만사(萬事)`라는 속담이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껴진다. 박순우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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