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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병배 칼럼] 대전의 2년차 징크스

2019-08-29기사 편집 2019-08-28 18: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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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지금 2년차 증후군을 앓고 있는 듯하다. 영어 표현으로는 서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다. 본래 대학 2학년 혹은 고교 2년생이 겪는 성적부진 현상을 뜻하며 징크스 대신 슬럼프(slump)를 쓰기도 한다. 첫해 잘 적응해 반짝하다가 이듬해 헤매는 프로야구 선수나 연예인 등을 지칭할 때처럼 용례가 확장되기도 한다.

대전의 2년차 증후군은 곧 민선 7기 대전시정의 총괄 책임자인 허태정 시장의 그것으로 치환될 수 있다. 허 시장은 지난 7월부터 임기 2년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두 달 가까이 됐고 딱 2년차 증후군 예후가 관찰되기 좋을 때다. 안 좋은 예감은 적중하듯 허 시장도 이에 자유롭지 못한 처지로 몰리고 있다. 잘 버텨나갔으면 했는데 왠지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현안의 매듭이 엉켜있는 것을 두고 현직 시장에게서 100% 유책사유를 찾는 것은 불공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직은 전임, 전전임 등을 불문하고 시정성과 및 부채를 동시에 승계하는 주체다. 이는 취사선택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며, 2년 전 지방선거에서 시정권력 교체를 바라는 표심이 분출된 것도 그래서였다. 그런 허 시장이지만 그간의 직무수행 성적을 놓고보면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핵심 정책의 불발 추세다. 광역지자체 핵심 정책은 정부 재정사업과 연계되는 까닭에 대전시 재정에 중앙정부 재정이 결합하는 구조다. 스타트업 파크 공모 사업, 대전의료원 설립, 규제자유구역 지정 등이 그에 해당한다. 안타깝게도 이들 사업에서 대전은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모두 녹록지 않은 사업들이지만 결과는 연패로 귀결됐다. 앞으로 패자부활의 기회를 엿볼 수도 있는 노릇이나 기대와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결과론적으로 대전은 정책 오답노트에 의존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매사 될 성부른 게 있는 반면에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있기 마련이다. 그 경계선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덤벼들면 승률은 떨어진다. 야구에서 투수의 방어율이 치솟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대전 공직사회 정점에 있는 허 시장이 되짚어봐야 할 지점이 아닌가 싶다.

선출직 광역단체장 정도되면 저마다 비빌 언덕이 있어야 대외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예를 들어 중앙권력질서에서 먹힐 수 있는 정치자산 같은 것을 일컫는다. 그 점에서 허 시장에 대해 은근히 의문부호가 찍히는 현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이 무한경쟁을 벌이는 시대다. 지방정부 수장으로서 정치적 인맥이나 정책을 크게 읽는 내공이 빈약하면 중앙 정치권력내지는 정부를 대리하는 부처 장관들과의 기 싸움에서 비대칭적 열세에 빠질 수밖에 없다. 대전의 대외 경쟁력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전은 무엇을 하든 비관적으로 귀결된다는 말이냐 하면 그렇진 않다. 결국엔 허 시장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해야 한다. 추상적이지만 정무적 질량감을 키워나가는 데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요컨대 당정청과 접촉면을 강화해나가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인적 채널을 여러 개 가동할 수준에 이르면 시야가 트인다. 그러면서 묵직한 것 하나씩 터트려 주면 그때부터 시·도지사 집단내에서 체급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허 시장은 가급적 개인 동선을 확장시켜나가야 한다. 필요하면 외자 유치 행보에도 나설 일이고, 서울행이든 세종청사행이든 출장 스케줄도 되도록 빼곡해야 한다. 집무실 재실 시간 총량 증가나 소소한 행사 참석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식이 되면 시정책임자로서의 가성비만 갉아먹힌다. 당장 내년에 정부는 재정사업 폭탄을 예고하고 있다. 예산과 연동된 정책사냥의 호기다. 스마트한 공모정책 한방이면 2년차 증후군은 저절로 소멸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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