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전시축제인 제 58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전시의 주제는 "흥미로운 시대를 살기를!"이다. 이번 전시의 꽃은 90여 개의 국가관 중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리투아니아 관의 `바다와 태양`이란 제목의 퍼포먼스이다. 리투아니아 국가관의 이층에서 관람객들이 아래를 내려다보면 백사장이 펼쳐진다. 20명 정도의 성인, 아이, 강아지가 수영복을 입고 모래사장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과일을 먹거나 하면서 일광욕을 즐긴다. 갑자기 음악과 함께 이들은 지나치게 더웠던 지난 크리스마스, 피부가 타버릴 것 같은 태양광선이야기부터 심각한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까지 솔로, 듀엣, 합창 식으로 노래를 펼친다. 한마디로 뮤지컬적인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언제부터 예술이 이처럼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노래하게 되었을까? 소위 생태예술이라는 이름의 예술이 생긴 것은 1990년대부터이다. 물론 그전에도 환경예술과 같은 것이 있었다. 1960년대 이후로 산업쓰레기를 모아 조각을 만드는 등 정크아트,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대지미술 혹은 자연미술, 체르노빌 방사능 사태가 터졌을 때 환경오염에 대해 반대하는 행동주의 예술을 하는 작가들이 있었다. 이러한 예술들을 통틀어 크게는 환경예술로 부르자는 제안도 있다. 그런데 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생태문제를 거론하는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남극으로 가서 빙하의 상태에 대해 리서치하고 돌아와 그것으로 예술작업을 하거나, 송유관을 매설할 숲의 나무들에 그림을 그려 자신의 저작권을 주장함으로써 그곳에 파이프를 설치하는 것에 반대한다. 기후변화로 지구의 삶이 안타깝게 망가지는 것을 먼 훗날 지구의 문제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삶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생태예술이 기존의 환경예술들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생태학제연구전문가인 에밀리 E. 스콧은 "인간이 발생시킨 기후변화, 천연자원고갈, 다량의 종의 멸종, 유전자변경씨앗, 신식민주의적 땅의 약탈을 포함한 실제 세계의 생태적 이슈들에 접근하고 있으며, 동시에 생태적 담론 그 자체를 추구하고 있는" 예술들로 정의한다. 단순히 환경오염에 대한 이슈라기보다 인간, 자연, 지구 그리고 나의 관계망 안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생태예술가들에게 있다. 결국 기후변화는 나의 실존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유현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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