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8월 29일.이날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국권을 상실한 치욕의 날이다. 즉, 당시 일본 제국주의가 대한제국에게 `통치권을 일본에 양여함`을 규정한 한일병합조약이 공포된 날이다. 일제가 대한제국에게 통치권을 일본에 양여함을 규정한 한일병합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이를 공포한 1910년이 경술년이기에 8월 29일을 `경술국치일`이라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국가적 치욕이라는 의미에서 `경술국치(庚戌國恥)`라고 부르는데, 일제는 대한제국의 국권을 침탈한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를 `한일합방(韓日合邦)`, `한일합병(韓日合倂)` 등의 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그 과정을 보면 1910년 8월 22일 대한제국과 일본 제국 사이에 합병조약(合倂條約)이 강제로 체결되었고, 8월 29일 이 조약이 공포되면서 대한제국은 국권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로써 1905년 을사늑약(을사조약) 이후 실질적 통치권을 잃었던 대한제국은 일본 제국에 편입되었고,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강점기가 끝난 날이 1945년 8월 15일이므로 일제에 의한 식민통치 기간은 정확하게 34년 11개월 17일이 된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일제에 의한 식민통치 기간을 36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적절하지 않다. 약 35년에 걸친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통치는 토지수탈, 조선 왕조 시설 파괴, 강제징용문제, 전쟁동원 문제, 위안부문제 등 많은 문제점을 파생시켰고, 광복 후 20년이 지난 1965년 이루어진 한일국교정상화 조치로 관련 문제들이 해결되었는지에 대한 우리와 일본 정부의 입장 차이가 최근 한일간 갈등의 불씨로 살아났다.

무엇보다도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의 당사자들이 지금까지 온전한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와 일본 정부는 유의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7월 1일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8개월 만에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 들면서 한일간의 갈등이 촉발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한일간의 갈등은 지난 2일 일본이 각의를 통해 한국을 `안보 우방국가`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데 대응해 우리 정부도 12일 일본을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격화되었다. 더 나아가 우리 정부는 지난 22일 일본과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인 지소미아(GSOMIA)의 종료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한일간 갈등은 우리 측에서 자발적인 일본상품 불매운동과 더불어 일본으로의 여행 자제 등으로 이어져 일본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26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일 무역갈등이 양국 경제에 모두 위험 요소가 되지만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고 밝혔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한일간의 무역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현재와 같은 상황이 향후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한일 양국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길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한일 양국 모두에게 상처가 될 무역갈등을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나. 하여 일본에 대하여 요구한다.

19세기 말부터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조선과 동아시아를 침략했던 일본이 자신의 과거사를 부인한다면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고, 동아시아에 협력과 평화 질서를 정착시키려면 일본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일본이 과거사 부인을 넘어 아베 정부가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개헌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국가가 예의 주시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도 중요하지만 일본이 지난 시기의 과거사를 솔직히 시인하고 진정한 사과를 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한일 양국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현재의 무역갈등은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끝내야 한다. 이와 같은 요구가 8월 29일 경술국치일을 하루 앞두고 가깝고도 먼 이웃으로 느껴지는 일본에 대한 솔직한 감정이다.

정연철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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