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얼마 전 부산을 찾아 주요 관광지를 둘러봤다. 찾은 곳은 동명 영화로 잘 알려진 `국제시장`과 부산의 대표 야시장인 `부평깡통시장`이다.

주차 지옥에서 빠져나와 들어선 국제시장과 깡통시장은 인파로 북적였다. 시장 구석구석을 살폈다.

눈길을 끈 건 학창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보던 연예인 브로마이드와 한류 스타들의 모습이 담긴 `코팅 책받침`이다.

"요즘도 저런 걸 파네, 누가 살까"라고 생각했지만 상점 앞은 인산인해다.

언뜻 봐도 케이팝(K-POP)을 좋아할 것 같은 젊은 외국인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한류의 위상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부산에서 먹거리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돼지국밥과 비빔당면을 뚝딱 해치웠다. 시장에 오기 전 채워놓은 지갑 속 현금은 금방 바닥 났다.

나 같은 여행 초심자가 하루 반나절을 쉽게 보낼 수 있는 부산은 진정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라 할 수 있다.

부산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대전 나들목에서 `대전방문의 해`를 알리는 입간판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죽마고우가 우리 동네를 찾으면 어디를 데려가야 하나. 성심당과 칼국수가 생각났지만, 이내 말문이 막힌다.

대전을 상징하는 관광명소가 없어서다. 한 때 150만 명 이상의 인구를 자랑했던 대전의 인구 감소세는 몇 년 전부터 뚜렷해졌다.

부산 역시 다르지 않다. 인구가 줄고 산업 기반이 인근 울산과 창원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전에 던져지는 숙제가 있다. 역설적이지만 경제가 어렵고 미래가 우울할수록 사람들은 소비에 나선다.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거창한 문화 콘텐츠와 멋내기용 행사만 넘쳐나는 건 능사가 아니다.

여행을 하면 무한한 상상력이 확장되는 법이다. 여행자만이 느끼는 매력이고 길거리 철학의 기쁨이다.

문화·역사·먹거리가 함께하는 대전의 다양성을 찾았으면 한다.

가까운 길거리와 멀게는 보호막이 쳐진 문화유산까지 여행자들의 나르시시즘(자기애)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전방문의 해 원년이길 바란다. 김용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용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