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향미 약사
주향미 약사
다른 약국에서 구입한 약을 가져와 똑같은 약으로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같은 성분 다른 회사 약을 권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약이 효과가 없다고 불평을 하기도 한다.

제조회사가 다르다고 해도 두 제품의 효과는 우리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가 뭘까.

여기에 플라세보의 비밀이 있다. 플라세보(placebo)는 다른 말로 위약(僞藥)이라고 한다.

`즐겁게 하다`, `만족시키다`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실제 효과가 없는 녹말이나 생리식염수 등을 특정한 유효성분이 있는 것처럼 위장해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실제로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을 플라세보라고 한다.

제약회사에서 새로운 약품을 개발하고 나면 신약의 약효 검증을 위해 약을 투여하는 집단과, 같은 모양의 위약을 투약하는 집단으로 나눠 실험을 한다.

실제 약효가 있는지 플라세보로 인한 위약 효과 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 위약을 투여하는 집단의 약효가 0으로 나오는 경우는 절대 없다.

플라세보의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어떤 환자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한의원에서 아픈 증세를 말하고 약을 지어 갔다.

한의원은 간단한 증세 라서 약값을 저렴하게 받았다고 한다. 얼마 지나 이 환자가 다시와 효과가 전혀 없다며 비싸고 좋은 약으로 지어달라고 했고, 한의원은 귀한 재료를 구해 약을 지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이후 똑같은 약을 몇 십 배 비싼 가격으로 만들어줬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환자가 와서 하는 말이 `역시 귀한 약이라 병이 다 나았다`고 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신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플라세보 효과는 꼭 약에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외할머니가 해주는 음식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 해주는 음식은 맛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 다른 사람이 한 음식을 외할머니가 해준 음식이라고 착한 거짓말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역시 외할머니 음식이 최고`라며 잘 먹는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사랑 넘치는 외할머니 손 맛의 기억이 플라세보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약국이나 병원도 마찬가지다. 같은 처방인데도 꼭 다니는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효과가 있고 특정 약국에서 조제를 해야 한다고 믿는 환자들이 많다.

아마도 의사나 약사에 대한 신뢰와 친숙함이 플라세보로 작용하는 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플라세보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환자가 진짜 약을 복용하고도 효과가 없는 약이라고 믿으면 실제로 약효가 발생하지 않는 현상을 노세보(Nocebo)효과라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환경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산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노세보가 아닌 긍정의 플라세보를 느끼게 한다면 있다면 모두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주향미 대전광역시약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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