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숨은 명소

대전문화예술단지의 핵심인 대전예술의 전당의 모습. 사진=대전예당 제공
대전문화예술단지의 핵심인 대전예술의 전당의 모습. 사진=대전예당 제공
대전은 국토의 중심이다. 경부선과 호남선까지 관통해 그 어느 도시보다 접근성이 뛰어나다. 전국 어느 도시에서든 2시간대면 충분히 주파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인 셈이다.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관광도시로서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대전시가 그동안 관광산업에 신경 쓰지 못했다는 걸 방증한다. 심지어 대전시민들조차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다고 치부해오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 했던가? 찾아보면 의외로 숨은 명소들이 많다. 2021년까지 진행되는 대전방문의 해, 대전을 관광도시로 빛내줄 숨은 명소들을 찾아봤다.

◇상소동 산림욕장(오토캠핑장)= 만인산과 식장산 자락 중간지점에 위치한 동구 상소동 산림욕장은 버즘나무 가로수 터널이 장관을 이룬다. 자연체험과 휴양을 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이 조성돼있다. 특히 수많은 돌탑은 여러 볼거리를 제공한다. 봄에는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고 여름에는 물놀이장에서 가족이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가을에는 단풍나무 숲길 산책, 겨울은 얼음동산을 감상할 수 있어 사계절 특징이 뚜렷하다. 산림욕장 인근에 위치한 오토캠핑장은 여름철 최적의 휴양 장소로 꼽힌다. 이 곳은 자연에서 휴식과 여유를 찾는 건전한 가족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조성됐으며, 상소동 산림욕장과 대전천 등 천혜의 자연과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인 휴양시설이다. 물안개가 특히 아름다운 이곳은 삶의 풍요로움과 여유를 만들 수 있다.

◇무수천하마을= 하늘 아래 근심 없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06년 농촌전통테마을로 지정된 무수천하마을은 대도시 근교에서는 드물게 역사와 전통문화 그리고 농촌다움을 함께 보전하고 있다. 무수(無愁)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곳은 대대로 근심걱정 없이 살아온 마을로서 부모사랑의 마음을 간직한 안동 권씨 유회당 종가, 여경암, 거업제 등 역사적 문화재가 잘 보존돼 있다. 무공해 부추와 유기농 자운영쌀을 비롯한 여러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 계절별 농사체험이 가능하며, 다양한 전통음식과 체험·학습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테미공원= 도심 속 작은 공원으로, 봄이면 동산전체가 벚꽃으로 뒤덮이며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산책로와 운동기구가 있어 평소에도 시민의 왕래가 잦다. 벚꽃으로 유명해 봄에는 축제도 열린다. 바로 옆으로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와 옛 충남도지사관사촌이었던 테미오래와 함께 골목골목 숨어있는 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오래된 주택과 그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레트로풍 가득한 카페까지, 하루를 온전히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면 테미공원을 추천해본다.

◇대전문화예술단지= 정부대전청사 인근에 위치한 대전문화예술단지는 좁게는 대전예술의전당부터 이응노미술관으로 이어지는 문화공간을 칭한다. 대전엑스포시민광장의 무빙 쉘터(Moving Shelter)를 건너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평송청소년문화센터를 잇는 문화벨트로 불린다. 실내·외 공연 시설과 미술관이 밀집돼 평소 부족했던 `문화 비타민`을 한 번에 보충하기에 충분하다.

대전예술의전당-평송청소년문화센터 구간은 걸어서 왕복 30-40분이면 충분하다. 아무리 느린 걸음으로도 1시간 이내로 족하다. 그럴 여유조차 없다면 대전예술의전당 앞 광장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다. 잔디밭 조형물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분수대의 자전거 조형물이 마음속으로 달려온다.

이 곳의 위치한 건물은 하나하나가 예술품 그 자체다. 아트홀과 앙상블, 컨벤션홀, 원형극장 등을 갖춘 예술의전당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부럽지 않다. 이곳에서는 그랜드 오페라, 발레,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 크고 작은 종합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져 시민들의 `문화 DNA`를 자극한다.

지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고암 이응노 화백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응노미술관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었던 고암 선생의 예술혼을 만날 수 있다. 날씨와 관계없이 야외공연과 행사, 레저 활동이 가능한 무빙 쉘터는 덤이다. 가족과 연인들을 위한 자전거 등 즐길거리도 구비됐다. 이 곳을 지나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설립한 국악 전용 전문 공연장인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청소년들의 문화 활동과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평송청소년문화센터 등을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대청호 두메마을= 두메마을은 산과 호수, 자연이 빚은 한 폭의 풍경화라는 평가가 따른다. `도회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변두리나 깊은 곳`을 뜻하는 두메가 마을 이름에 들어간 게 당연하다. 행정구역은 대전 대덕구 이현동이지만 여느 시골과 다름없는 산골이다. 이 곳은 대청호수길을 경계로 `배고개`와 `심곡` 부락으로 나뉜다. 배고개는 마을이 배 모양을 닮아서, 또는 배나무가 많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심곡은 `깊은 골짜기`라는 의미다. 두 부락 모두 `고개`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니 이 곳은 분명 깊은 산골 이었을 게다. 물에게 대지 반을 내줘 마을은 오히려 아름다움이 더해졌다. 대청호수길 위에서 내려다보면 배고개부락에는 계단식으로 층층이 일군 다랑이 논이 펼쳐진다. 마을 안쪽에는 호수변을 따라 산책로가 펼쳐진다. 볼거리도 많다. 1970년대까지 마을 주수입원이었던 담배농사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댐이 생기기 전 마을에서는 20여 가구가 담배농사를 지었다. 마을이 수몰되면서 담배농사를 짓지 않지만 공용으로 사용하던 담배건조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수운교도솔천= 유성구 추목동에 있는 일제강점기의 건축물이다. 1989년 3월 18일 대전시의 문화재자료 제12호 수운교천단으로 지정되었다가, 1999년 5월 26일 대전시의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재지정됐다. 2003년 12월 23일 `수운교도솔천`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수운교도솔천은 뒤로는 금병산을 병풍처럼 세워두고 울창한 소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수운교는 동학을 일으킨 수운 최제우를 교조로 해 하느님을 숭배하는 종교다. 건물 설계는 교주 이상룡이 했고, 건축은 경복궁을 지은 최원식이 지었다. 경내에는 정면에 있는 가장 큰 문인 광덕문과 종각 등이 있다. 천단은 천단 건물인 도솔천과 광덕문, 육각으로 지은 종각 등 3동으로 돼 있으며, 천단 건립에 동원된 건축술은 조선시대 건축술을 잘 보여준다. 57평 규모의 천단 건물에는 12마리의 큰 용과 44마리의 작은 용, 88개의 봉황상이 조각돼 있다. 수운교의 상징적 존재인 천단은 단정하고 엄숙하게 꾸며진 정원 안의 높은 단 위에 위치해 있다. 정원 주변에는 야트막한 담이 둘러쳐져 있으며, 동서남북 사방으로 문이 나 있다. 천단 바로 앞에는 자운 솔밭공원이 잘 조성돼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산책하기 좋고, 공기도 맑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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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운교도솔천에 위치한 광덕문. 이 곳에는 도솔천을 지키는 왕(불교에서의 사천왕상)이 그려져 있다. 사진=대전 유성구 제공
수운교도솔천에 위치한 광덕문. 이 곳에는 도솔천을 지키는 왕(불교에서의 사천왕상)이 그려져 있다. 사진=대전 유성구 제공
두메마을은 산과 호수, 자연이 빚은 한 폭의 풍경화라는 평가가 따른다. 두메마을에서 바라본 일출모습. 사진=대전 대덕구 제공
두메마을은 산과 호수, 자연이 빚은 한 폭의 풍경화라는 평가가 따른다. 두메마을에서 바라본 일출모습. 사진=대전 대덕구 제공
상소동 산림욕장은 겨울철 얼음동산으로 바뀐다. 이 곳은 사계절 특징이 가장 뚜렷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사진=대전 동구 제공
상소동 산림욕장은 겨울철 얼음동산으로 바뀐다. 이 곳은 사계절 특징이 가장 뚜렷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사진=대전 동구 제공
벚꽃 개화시기가 되면 테미공원은 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벚꽃이 핀 테미공원의 야경. 사진=대전 중구 제공
벚꽃 개화시기가 되면 테미공원은 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벚꽃이 핀 테미공원의 야경. 사진=대전 중구 제공

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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