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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9주년] 아픈 역사 안고 파란만장한 세월이 흐른다

2019-08-26기사 편집 2019-08-26 18:32:06

대전일보 > 기획 > 근대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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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근대문화유산 답사기] ① 옛 충남도청사

첨부사진11932년 건립된 대전 중구 옛 충남도청사 건물. 사진=빈운용 기자

◇대전일보는 창간 69주년을 맞아 대전과 세종·충남북의 근대문화유산들을 전문가와 함께 현장 답사하며 소개하는 '충청의 근대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를 시작한다. 근대문화유산은 '생겨난 지 50년 이상 된 것 중 역사·문화적으로 가치있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번 '충청의 근대문화유산 답사기'는 전문가와 함께 근대문화유산을 돌아보고 역사와 건축양식 등 그 의미를 되짚어봄으로써 충청의 '산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도심 속 깊은 역사의 향기를 품고 있는 곳들을 거닐며 근대문화유산의 존재는 알았지만 그 진가는 알지 못했거나 또는 미처 만나보지 못한 근대문화유산에 대해 소개하는 이번 시리즈가 충청의 소중한 근대문화 유산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건물이 있다. 하루빨리 청산하고 잊을 것인가, 상징적으로 보존해 기억할 것인가. 대전역에서 출발해 1㎞ 정도 되는 길을 곧게 걷다 보면 고풍스러운 건물이 등장한다. 대전에서 일제 강점기 유산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옛 충남도청사(現 대전근현대사전시관, 등록문화재 18호)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에 지어져 2012년까지 충남의 행정 본거지로 활용됐다. 최근 심상치 않은 한일관계 덕분(?)에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아픈 역사를 생생히 간직한 탓에 선거철마다 총선과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들의 건물 철거와 보존을 두고 찬반양론이 나뉘었다. 건물은 세워진 지 80년 세월이 흘렀고, 청사는 내포신도시로 다시 이전해 건물만 덩그러니 남았지만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으로 탈바꿈해 도청사 투어와 음악회 등 다양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전역에서 이곳까지 펼쳐진 중앙로에는 다비치안경원, 대흥동성당, 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 소제동 철도관사촌 등 역사를 담은 건물들이 한 블럭 내에 위치하고 있어 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있다.

이상희(48)목원대 건축학과 교수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사를 묵묵히 지켜본 산 증인. 오랜 기간 대전에 머물며 지역에 대한 연구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상희(48)목원대 건축학과 교수와 함께 이곳을 둘러보았다.

△지난 역사 고스란히 보여주는 디테일=충남도청사 현관에 들어서자 마치 유럽의 고전 건축물에 들어와 있는 듯 한 장면이 펼쳐졌다. 외관은 1937년 일본의 시즈오카현 청사 본관과 비슷한 점으로 보아 당시 1930년대의 관공서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관공서로 쓰이던 건물이기 때문에 당시 다른 용도로 활용된 건물보다 비교적 보존 상태가 좋다는 것이 특징이다. 천장이나 벽 마감은 1935년 이후에 충남도지사들이 사용했기 때문에 내부마감은 다소 변화가 있었지만, 전반적인 구조 자체는 변화가 없었다.

큼직하게 낸 창문과 손잡이, 몰딩, 난방기구 등 디테일도 관람 포인트다.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는 벽돌을 가까이서 보면 자잘한 무늬를 넣었는데, 당시 유행하던 밝은 갈색의 스크래치 타일이다. 1층 내부의 벽면은 요철(凹凸) 모양으로 파내 장식했고, 기둥과 기단의 각은 곡선으로 처리했다. 시대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건축양식과 소품이 그대로 남아있어 배우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변호인'에서 법정 장면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세월의 흔적이 묻은 벽면을 어루만지며 "충청북도 도청사, 광주, 전남도청사 같은 경우도 비슷한 유형의 건물인데, 개인적으로 충남도청사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빈운용 기자


△도지사 동선 따라 본 상징적인 공간들 = 중앙계단을 올라오면 1층 로비와 같은 면적의 중앙로비가 있고 그 정면에 구 충남도지사 집무실이 개방돼 있다. 평면상 도지사 공간 일부를 외부로 돌출시켜 중심성을 높였다. 도지사 공간은 동일한 크기의 정사각형 방 3개로, 가운데 방이 지사실, 우측에 관방, 좌측에 응접실을 각각 두었다. 특히 집무실에 달려있는 테라스는 상당히 상징적이고 권위적이다. 테라스에 올라서면 정면에 대전역과 이곳을 잇는 중앙로 일대가 보인다. 전망대에 오른 듯 경관을 내려다보니 왕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구 충남도청사 건물에서 대전역까지 이어지는 원도심 일대는 일제강점기와 1990년대까지 대전의 정치·경제·행정의 중심지였다. 철도와 함께 새로운 역사를 연 대전이기에 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는 경관은 더욱 특별하다. 테라스로 나가는 문 옆으로 같은 높이의 긴 수직 참을 두어 채광과 함께 위계감을 높이는 효과를 주었다. 창문 상부는 화려한 꽃 모양을 넣어 한껏 꾸몄다.

테라스에 올라서 한참동안 대전역을 바라보던 이 교수는 "지금 보고있는 이 장면이 과거 도지사가 집무를 보다가 테라스에 나와 내려다보던 풍경"이라며 "이런 경관을 볼 수 있었던 사람은 도지사와 귀빈 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빈운용 기자


△관공서에서 문화예술공간으로, 파란만장한 역사="아픈 기억을 담은 문화유산을 '네거티브 유산'이라고 부릅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일제 잔재 청산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최근에는 기억해야 할 역사에 대해 남길 공간은 남겨놓고 시민이나 지역주민들이 이용하 수 있도록 열어두자는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이 교수의 설명이다.

선거철마다 구 도청사 건물 활용방안을 두고 찬반양론이 뜨겁게 맞붙었다. 일제강점기를 떠올리게 하는 건물이 흉물스럽다며 철거하자는 의견과 아픈 역사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며 살려두자는 목소리가 팽팽이 맞붙었다. 2000년대 들어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이 국내에 퍼지면서 '보존하자'는 쪽에 무게가 실리며 살아남아 대전의 역사를 차곡차곡 쌓아올 수 있었다. 도청사내에 대전시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기획전시실이 있어 역사는 물론, 건축, 디자인, 민속 등 여러 분야의 특별전과 순회전을 하고 있다. 그 외 근대문화 유산인 옛 충남도청사 본관을 활용한 도청사 투어와 음악회 등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 교수는 "지역에 근현대 역사를 갖고있는 건물이 없다면 지역의 정체성에 대한 것을 확연하게 이야기하기 어렵다"면서 "이런 건물들이 좋다, 나쁘다 결정짓기 전에 후대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해 역사를 상기시켜 주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관광상품 개발 필요해= 대전역에서 구 충남도청사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많다. 관계자들의 다양한 연구와 활동이 있었던 데 반해 타 지역보다 관광상품화는 느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대전역부터 시작해서 충남도청사까지 오는 길에 근대건축물들이 상당히 많이 있어 대전 원도심을 찾는 관광객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대구나 목포, 부산은 근대역사를 갖고있는 거리들을 활성화시켜서 지역이 발전한 좋은 사례다. 대전은 연구나 활동은 앞섰지만 공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건물 현관을 나서며 건물 앞 주차장 활용법에 대한 조언을 얹었다. "주차공간으로 쓰이고 있는 건물 앞 터를 이용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면 좋겠습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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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옛 충남도청사 내부. 사진=빈운용 기자

첨부사진31932년 건립된 대전 중구 옛 충남도청사 건물. 사진=빈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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