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남북관계는 참여의 기대를 높였던 작년과는 달리 경직된 상황이다. 북미대화는 물론이고 남북대화의 중단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엊그제 방한한 비건 미국 협상대표도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답답함을 토로했지만 현재 협상을 앞둔 북미간 샅바싸움은 지속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 친서는 오고 가고 과거와 같은 위기상황은 없지만 하노이 회담 이후 반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볼 때 실질적인 측면에서 커다란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북미협상과 남북대화가 선순환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남북미 판문점 3자 회동의 성사와 조속한 북미 실무협상의 재개를 위해 노력해왔다. 3자 정상회동은 형식적으로는 미국의 손짓에 북한이 호응해서 개최된 것이지만 우리 정부는 이러한 회동이 성사될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남북간에, 한미간에 신뢰관계가 없었다면 이러한 회동이 성사되지 못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을 떠나기 전 우리 정부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재개키로 한 북미협상에 거는 기대는 실로 크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직접 북미 실무협상의 고비를 잘 넘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광복절 경축사의 내용대로 한반도가 북핵문제나 분단구조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미관계의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정전체제는 남북이 당사자가 되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변국들의 중첩적 이해관계가 해소되어야 한다. 특히 현 시점에서 북미관계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남북관계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재 북한은 과거보다 한미연합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한미합동군사훈련의 폐지를 강하게 주장할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은 연례적, 방어적 훈련이고 이번에는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필요 최소한으로 운영했다. 북한은 우리의 군사훈련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명분 하에 수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등을 시험 발사하고 있고 우리와 미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내부를 결속하고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이 이러한 언행을 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럴수록 궁극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시간만 가고 있으니 답답하다. 특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하면서 남북관계의 문을 닫아 놓아서는 안된다.

현재 북한은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고 하면서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으며 북미관계에서 빠지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남북 당국간 대화는 그렇다하더라도 민간 교류와 협력까지 막지 말아야 한다. 우리 당국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들이 순수하게 전개하려는 교류까지 정치적 이유로 차단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협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도 실질적인 소장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불만이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이 또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남북간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통한 동질성 회복만이 공동번영과 통일의 밑거름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상기한다.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나아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는 갈수록 복잡해 질 것이다. 이러한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우리가 원하는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한미동맹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이 중요하다. 우리가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특사 파견,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유지 여부에 많은 고민을 한 것도 한반도 평화 구축의 중요성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의 노력을 전혀 평가하지 않았다. 국가간 안보협력의 핵심은 신뢰이다. 신뢰없는 한일간 지소미아는 이미 그 기조가 상실했다.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당연한 귀결이다. 북한의 통미봉남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경제발전이라는 새로운 노선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북한은 더 이상 실기하지 말고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관계를 착실히 개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지방자치단체는 북한과의 협력에 대한 준비를 차분히 해 나가고 있다. 이후 남북 지방자치단체간 자매결연과 교류가 이뤄진다면 공동번영의 토대를 함께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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