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후보 이중성 지지층도 배신감 깊어...엄호·공세 나선 여야, 과거 잣대와 달라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미국 루이빌대학 제임스 비건 교수팀이 8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500만 달러짜리 복권에 당첨됐을 때와 가상의 여대생인 `자넷`이 같은 금액의 복권에 당첨됐을 때 어떻게 행동할 지에 대해 같은 문항으로 물어봤는데, 답변은 전혀 달랐다. 본인은 자넷보다 더 열심히 봉사활동하고, 학교도 잘 다니겠지만, 자넷은 성형수술을 받을 확률이 높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학교도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심지어 자넷은 자신보다 성격이 나빠지고, 자신의 친구보다 자넷 친구들의 질투심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즉 나는 큰 돈이 있어도 건전하게 살겠지만, 다른 이는 상황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 돈 때문에 인생이 망가질 것이라며, 모든 것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다름 아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일부 여당 지지층에서조차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그의 정책방향에 대한 신뢰부족 때문이 아니다. 일부 여당의원의 주장처럼 `교육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역린`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나,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인 개혁성향 학자로서 `앙가주망`(지식인의 도덕적 의무)에 충실했다는 그에 대한 대중의 믿음이 깨진 것이다.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그의 말에 대한 신뢰감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한마디 한마디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실천적 지식인이자, 대통령으로부터 절대적 신뢰를 받아온 핵심 참모가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당사자뿐 아니라 청와대까지도 감내하기 어려운 충격이 불가피하다. 조 후보자의 지지층으로 분류됐던 20·30대 사이에서 현 정부 모토를 빗대어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도 불공정하다`라는 말이 나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기막힌 것은 조 후보자 사태에 대처하는 여야 정치권의 모습이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조 후보자와 청와대의 해명과 주장을 그대로 반복한다. 전 정권에서 여당을 향해 청와대 2중대로 칭했던 것과 똑같은 행태다. 심지어 청문회가 열리면 조 후보자의 정책과 도덕성을 검증해야 할 법사위소속 위원들은 조 후보자조차도 딸 문제에 대해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아직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음에도 `특혜`나 `부정입학`은 없다는 취지로 확언까지 했다. 일부 위원은 조국 딸이 일반고 학생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에 대해 `보편적 기회`라고 언급했다. 누구한테나 열려 있지는 않지만, 특별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감정을 무시한 채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비판과 함께 한국당이 여당이었을 당시 보여줬던 `무조건적인 감싸기`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행태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도덕성은 비공개 정책은 공개 방식`의 청문회를 줄곧 주장했었다. 지금의 청와대가 주장하는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한국당은 청문회 일정을 잡는 것에 조차 협조하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국회를 떠나 장외투쟁에 나설 태세다. 문 대통령의 최 측근인 실세 장관 후보라는 `대어`를 잡아 지지율 반등을 노리려는 정치적 셈법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인은 타인을 비판하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해야 한다. 협치를 위한 배려 또한 정치의 기본 덕목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위정자들이란 하늘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다. 조 후보자가 어떻게 해명하고, 청와대와 여야가 어찌 대처해 나갈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정치권에 만연한 `내로남불` 적폐 행태가 여실히 드러났고, 주권자들에겐 이미 지울 수 없는 깊은 생채기가 생겼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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