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먹은 벙어리.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까지 시민이 주인인 유성복합터미널 부지에서 위법 행위가 이뤄져 유성구가 경찰에 고발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대전시는 이와 관련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입장이 없는 것인지, 입장을 내놓기 곤란한 것인지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유성복합터미널 완공`은 허태정 시장의 공약사업이기에 차질없는 실행을 위해 위법을 눈감고, 입을 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앞서 유성구는 유성터미널 사업자 측인 KPIH(케이피아이에이치)가 분양신고 이전 단계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상가 계약금(예약금) 일부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6일 경찰에 고발했다. 구는 분양신고 이전에 신탁계좌에 돈이 입금됐다면 명백한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 일부가 파악됐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위법여부가 드러날 전망이다.

하지만 시는 구가 사업자 측을 경찰에 고발한 이후 향후 계획, 대처 방안 등을 묻는 질물에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진상을 확인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시는 "유성구에서 경찰 고발을 했기 때문에 사법기관의 판단이 나오면 입장을 내놓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책임회피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내 토지를 누군가에게 맡겨놨는데 위법 행위가 벌어졌다면 이를 파악해보고 확인해보는 건 당연한 이치다.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공공기관에서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 업무태만이라고 해도 할말은 없다. 이번 일을 적당히 마무리 짓고, 터미널만 짓자라는 뜻이라면 더욱 위험한 판단이다.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20일 사업자 측은 해명을 내놓았지만 본인들 입맛에 맞는 법리해석 결과를 내놔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시는 경찰 고발 경위 등을 파악해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파악해봐야 한다. 꿀 먹은 벙어리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시민대표인 허 시장이 나서 진상규명 절차에 나서야 한다. 취재2부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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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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