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 미술평론가
유현주 미술평론가
미학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 경쟁력이 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학은 관심을 끄는 학문 중 하나다. 흔히들 미학을 미술과 동의어로 생각하거나 성형외과나 피부클리닉에서 사용하는 단어 `에스테틱`으로부터 연상되는 외형적인 아름다움만을 다루는 기술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럴 만한 것이 미학이란 말 자체가 우리에게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 서구에서도 18세기가 되어서야 독일의 철학자 알렉산더 바움가르텐에 의해 이 단어가 출현한다. 바움가르텐은 `감성적 인식에 관한 학(scientia cognitionis sensitivae)`으로서의 미학, 즉 감성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인 아이스테시스(aisthesis)로부터 유래한 `아이스테티카(aesthetica)`란 학명을 창안하였다. 이로써 미학은 이성적 인식의 학문인 논리학 즉 철학의 하위 분과로서 `미적인 것`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으로 등록된다. 그 후 미학의 연구대상에는 미와 추뿐만 아니라 지각적 경험들까지 미학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실로 현대의 예술은 단순히 `미`로 정의되지 않는 작업들이 훨씬 많아졌다. 심지어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뇌과학을 적용한 예술작업들에 관한 전시도 많아졌다. 예컨대 눈이 사물을 본 것을 뇌에서는 어떻게 구성하고 형상화하는가를 질문하는 작업, 물질의 세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컴퓨터로 형상화하고 그것을 다시 인공지능기계가 재구성하는 작업 등을 통해 인간의 감각 자체를 실험하거나 확장하는 것까지 다양해진 것이다. 인공지능과 뇌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이면서 예술가인 윤장우의 일련의 작업들은 바로 미학의 새로운 `미적인 것`의 예들을 잘 보여준다. 예컨대 그의 `고뇌 R.1&R.2`라는 작업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머리가 관람자가 볼 때 왼쪽으로 기운 것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 결과를 응용한 것이다. 즉 십자가 그림을 그릴 때 우울, 고뇌 등의 감정이 생겨나 우뇌를 자극받은 화가들이 보통은 예수의 머리를 왼쪽으로 기울게 그렸다는 가설이 그것인데, 작가는 관람객의 우뇌를 더 `자극하기 위해` 그가 그린 몬드리안 식의 추상 그림에서 왼편의 수직선에 붉은 기울기의 선을 추가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시선은 그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림 내부의 미적인 질서-선과 색, 구도 등-를 쫓고 있다. 미학은 여전히 `미`의식에서 자유롭지 않은 듯하다. 유현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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