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이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당장의 위기로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의 경우 학생수도 같이 감소하여 유휴교실과 같이 사용하지 않는 학교 공간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농산어촌 지역은 최소 학생수가 미달되어 폐교되는 곳도 적지 않다. 이와는 반대로 새롭게 들어서는 신도시나 대규모 택지개발 지역은 신도시 특성상 초기에는 주로 초등학교 수요만 급격하게 증가했다가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는 오히려 빠르게 초등학생 수가 줄어들어 유휴공간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단순히 공공시설로서 공간의 낭비뿐만 아니라 지역의 예산과 관리의 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학교 공간의 중장기적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지역 중심의 학교로서 복합적인 기능과 성격을 가지는 공동의 시설로 탈바꿈해야 될 필요가 있다.

원래 학교는 장소적으로 마을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필자의 어릴적 기억을 되살려보면 학교 운동장은 지역을 순회하는 노래자랑, 레슬링 시합, 서커스 공연, 선거 유세 등 특별한 이벤트와 마을의 친목 행사들이 열리는 중심 공간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그랬던 학교가 점차 학습을 중시하는 경향과 안전 및 보안의 문제로 마치 성처럼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다. 학교를 마을중심의 공공자원으로 볼 때 많은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와 아이디어를 통해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는 근대의 도시이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924년 미국의 페리(C. A. Perry)가 제안한 근린주구(Neighberhood)란 주거단지계획 개념은 어린 학생들이 큰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통학할 수 있는 거리를 기본으로 한 단지규모에서 주민들 간의 사회적 소통과 생활의 편의성, 위계에 따른 보행자와 차량 순환 방식을 제공하는 물리적 환경을 제공한다. 초등학교부터 어린이들 간의 친밀감을 통해 사회적 교류가 시작되고 이는 학부모간의 유대로 발전되어 공동체 중심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현대 사회의 익명성과 유동성을 극복하려 하였다. 학교가 이러한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 지역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학교가 지역을 위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학교복합화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예전부터 진행되었던 정책이다. 수영장, 체육관, 헬스장 등 체육시설과 결합된 방식이거나 운동장 하부에 공공주차장을 설치하는 등 물리적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유지관리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들은 2000년 초반부터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지역 중심 공간으로 계획됐다기보다는 기능의 추가에 머무르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동탄2신도시나 배곶신도시 등에 설립되거나 계획되는 복합화 학교들은 이러한 한계를 훌쩍 넘어 지역민들의 중심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교육, 문화, 복지, 체육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미취학 아동부터 노인에 이르는 생애주기에 맞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며 학교는 유지관리에 대한 부담 없이 다양한 창의체험 활동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이러한 시설들은 주로 도보권에 있는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계획되었기 때문에 주민들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학교 역시 교육환경의 질적 고도화와 유휴교실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이 가능해지고 학생들과 주민들 간 만남과 세대간 교류가 활성화되는 지역 중심의 커뮤니티 센터가 될 수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이 `초등교실을 활용한 공공보육시설 확충`이란 국민청원을 올려 큰 호응을 받았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공동체 의식과 더불어 지역중심의 복합화 학교의 중요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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