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점점 더워지는 요즘 여름 날씨는 견뎌내기가 무척 힘들다. 이럴 때면 시원한 나무그늘이 있는 물가에 앉아 땀을 식힐 수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둔산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대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느 신도시보다 풍부한 녹지를 가지고 있는 전원도시의 성격을 띤 곳인데도 말이다. 둔산은 북쪽으로 작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한밭 수목원이 있고, 여기에 연결되어 남문광장을 거쳐 3청사를 지나 시청으로 이어지는 광폭의 녹지축을 가지고 있으며, 동서를 있는 한밭대로를 따라 도로 남측에 조성된 녹지가 여기에 직각으로 교차 되어 있다. 이처럼 많은 공원을 품고 있는 곳 이지만 20만 명정도 되는 둔산 지역 시민들은 그것을 느끼지는 못하고 사는 것 같다. 항공지도로 내려다보면 그 원인을 몇 가지 읽어낼 수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녹지가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시청이 놓여있는 남북의 녹지축 옆에는 업무와 상업시설이 배치되어 있고 그 외곽으로 아파트 단지들이 에워싸고 있어 샘머리아파트와 무궁화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아파트의 측면이나마 녹지축에 면해있는 아파트 단지가 없고, 이 두 단지 마저도 큰 폭의 도로 때문에 녹지와 떨어져 있다. 동서방향 축은 어떤 가 파랑새아파트와 햇님아파트 외에는 녹지에 직접 면하고 있지 않다. 이 마저도 단지의 북쪽에 위치해 있어 조망과 빛 환경 측면에서 매우 불리하다. 이렇다 보니 주거지에서 녹지로 조성된 각 공원들로의 접근성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 같은 문화예술 시설들이 공원과 섞여 있는 곳은 이용률이 나은 편이다. 한밭 수목원처럼 잘 가꾸어진 커다란 수목원이 둔산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말이다. 센트럴파크 주변 건물들은 광대한 도심의 공원을 바라보고 빼곡히 들어서 있어 그 좋은 전망을 마음껏 향유하고 있다. 또 하나 센트럴파크 주변의 도로 폭은 둔산 보다 훨씬 작은 편이다. 그 만큼 건물과 공원의 일체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한편 뉴욕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들은 소규모이고 마치 공원 속에 배치되어 있는 듯 녹지 공간과 잘 융합되어 있다. 둔산의 아파트와 상업건물들도 공원과 적극적으로 섞여 있다면 얼마나 다른 효과를 낼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 본다. 지난 1-3일 까지 2박3일 동안 (사)도시건축연구원 주최로 한밭대에서 대전지역 건축학과 학생들이 `대전 센트럴파크 만들기`라는 주제로 디자인캠프를 진행하였다. 10개 팀으로 나누어 건축사와 교수들의 지도하에 둔산 도심 속 공원들의 특성과 문제점들을 분석하였고, 시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대안들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의미 있는 결과물들은 남문광장에서 10월말에 있을 건축문화제에 전시되어 시민들을 만나게 될 예정 이다. 그 반응이 자못 궁금해진다.

조한묵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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