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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칼럼] 누구나 주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2019-08-20기사 편집 2019-08-20 14: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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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휴가를 얻어 12시간의 긴 비행 끝에 마주한 이탈리아. 피곤함도 잊은 채 광활한 농경지와 성곽처럼 조성된 마을 풍경이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탈리아산 천연 아이스크림으로 입의 즐거움을 느낀 후, 호텔 주변을 둘러보니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아름다운 마을 풍경이 놀라웠다.

'어쩜 건물 하나하나가 이처럼 빛을 발할까' 같이 간 남편 역시 감탄 연발이다. 관광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두 서너 시간 겨우 눈을 부쳤을까.

모닝콜 소리에 눈을 비벼가며 치장을 했다. 식당에서 턱수염에 구릿빛 얼굴을 한 가이드와 반갑게 만났다.

딱딱한 식빵과 햄, 치즈가 전부였지만, 시칠리아산 커피 한잔이 가슴을 뜨겁게 달궈 준다. 이후 일행 모두 투어버스에 몸을 싣는다.

뻥 뚫린 도로 양 옆에 끝없이 펼쳐진 밀밭과 해바라기를 보면서 모두 탄성을 지른다.

지중해성 기후인 이탈리아는 삼모작이 가능해 밀, 보리뿐 아니라, 포도, 해바라기를 재배해 많은 수익을 올린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진다.

나라 전체가 문화재인데 농산물마저 풍성하다니. 정말 이탈리아는 복 받은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명상에 잠길 틈도 주지 않으려는 듯 가이드는 열정적으로 이탈리아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전한다.

이탈리아의 의료체계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지자 눈과 귀가 번쩍 뜨였다.

'이탈리아는 누구나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나라입니다. 마을마다 주민들의 주치의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주치의가 마을마다 상주한다고? 스스로 되물었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상상 할 수 없는 일인데 어떻게 가능하지?

이어지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탈리아는 1-3차 의료기관의 역할 분담이 철저해 환자가 처음부터 3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감기 환자의 경우, 먼저 자신의 주거지내 1차 의료기관에서 진찰과 처방을 받고 증세를 살핀 후 주치의의 소견에 따라 단계적으로 상급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와 달리 3차 의료기관은 응급환자나 고도의 의술을 필요로 하는 중환자만 진찰과 치료를 한다.

물론 우리도 명목상으로는 의료기관의 역할 분담 체계가 이뤄져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대다수 환자와 가족이 처음부터 대형 3차 의료기관을 찾다 보니 환자에 대한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다.

가까운 예로 환절기에 감기 환자가 폭증하게 되면 대형병원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환자는 장시간 대기 끝에 5분 안팎 전문의 소견을 듣고 처방전 하나를 받아 병원 문을 나선다. 어떤 경우엔 허탈하기까지 하다.

장시간 대기할 필요가 없고, 세밀하게 전문의 소견을 들을 수 있는 동네병원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대형병원은 몰려드는 환자와 가족들로 인해 혼잡하고, 응급환자조차 제때 진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반면 1-2차 의료기관의 경우 첨단 의료설비와 시설,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음에도 환자가 외면하기 때문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주치의를 두고, 진료 받는 의료문화를 정착시킬 때다. 건축물을 하나 만들기까지 수백-수 천 년 동안 정성을 쏟는 이탈리아인들의 '느림의 아름다움'이 주치의를 만든 것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도 최상의 진료서비스를 원한다면 3차가 아닌 1차 의료기관의 문을 먼저 두드리고 전담 주치의로부터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서미경 대전 대청병원 간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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