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규 여주대 석좌교수
박성규 여주대 석좌교수
이제 국정감사가 얼마남지 않았다. 국정감사에서 간혹은 정치 논쟁으로 비화되기도 했었지만 흔한 질문 중 하나가 남북한 군사력 비교다. 그리고 다음 질문은 "그 많은 국방비를 어떻게 했기에...?"로 이어진다.

필자도 며칠전 똑같은 질문을 받았고 논쟁으로까지 비화되었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되었다.

이번에 발행된 국방백서에서도 남북한 군사력 비교가 `남북한 군사력 현황`이라는 명칭(제목)하에 제시되었다. 단순히 병력과 주요 무기체계 및 장비를 비교한 것이기에 숫자상 한국군이 열세일 수밖에 없다. 도표로 제시된 하단에 조그마한 글씨로 `남북한 군사력 현황은 양적비교만 제시하였음. 군사력을 실제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양적 비교뿐만 아니라 장비 성능 및 노후도, 훈련 수준, 합동 전략 운용 개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성적 평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함`이라고 주(註)를 달아놓았지만 그것까지 자세히 읽어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군사력 비교를 논하는 이유는 남북한 군사력 비교가 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이것이 국방비 사용과 군에 대한 불신의 근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핵을 제외한 재래식 군사력을 평가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먼저 동태적 평가방법이다. 이는 컴퓨터 시물레이션이나 워-게임 등을 통한 평가로 양쪽의 군사력이 서로 얽혀 실제와 같이 전투를 묘사해 나가는 것이다. 이 방법은 실제 전투양상의 광범위하고 복잡한 현상을 나타내는 중요한 변수들을 입력시켜 일정기간동안 전쟁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것으로 무기의 효과성, 지형조건, 항공기출격율, 교전율 등 수많은 분야에 결쳐 상당히 많은 가정들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 방법은 공식적인 군사력 비교보다는 적위협 평가 등 전투결과를 도출하고 전투과정에서 나타나는 양측의 역동적인 상호관계를 관찰하는 용도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다음은 정태적 평가 방법이다. 이는 쌍방의 유형적 군사력(주요장비, 무기체계, 병력 등)의 숫자를 비교하는 것으로 단순 정태적 방법과 무기체계나 부대형태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가중치를 적용한 정태적 평가 방법으로 구분된다. 이중에서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것이 단순 정태적 방법이다. 이 방법은 동일한 무기체계를 누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는 것을 따지는 것으로 일명 `콩알 세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무기 보유량과 전쟁 결과가 직접적으로 일치하지도 않고 단순히 무기의 양적인 것을 설명하고 있을 뿐, 무기의 질을 설명하지도 않고 있으며 전쟁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들, 즉 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그리고 정보와 군수지원, 전력전술, 군대의 훈련 정도와 사기 등 수많은 무형적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쟁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변하는 병력과 무기 등에 대한 고려도 없이 전쟁개시전의 보유량만 계산할 뿐이다.

이처럼 병력 및 무기 보유량만을 비교하는 단순정태적 방법은 유형적인 군사능력을 설명하는데 참고자료일 뿐 실제 군사력으로써 유용한 지수는 되지 못한다.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양을 비교한다는 투명성을 근거로 군비통제협상(쌍방이 무기나 장비 등의 수량 조정)을 위한 기초자료나 자원 할당을 위한 의사결정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용어사용도 `군사력 비교`라기보다는 `주요 병력 및 무기체계 비교`라고 해야는 사실에 가까운 표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이것이 군사력의 전부인양 군사력 운운(云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군사력을 비교평가하는 방법은 용도와 기법이 다양하면서도 나름대로 많은 제한사항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점들을 이해하고 접근해야한다. 더 이상 군사력 비교의 결과가 국방비 사용에 대한 의문점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군을 불신하는 요인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박성규 여주대 석좌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