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삶의 질 향상과 무관" 적절성 의문 부호

대전시의 브랜드 슬로건 교체는 예산 낭비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눈에 띄게 의미 전달력이 떨어지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슬로건이 아닌데, 굳이 교체까지 해야 하냐는 반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19일 시에 따르면 자체 추산한 슬로건 교체 비용은 총 3억 5000만 원이다.

가로등과 맨홀 등 주요 시설물에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입힐 경우는 제외됐다. 시내 곳곳에 설치된 각종 도로 및 교통시설물과 표지판, 시내버스와 택시 등에 부착된 것까지 교체할 경우 막대한 보조금 지원과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도시 이미지를 함축해 전달 할 수 있는 브랜드 슬로건이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4년 제정해 사용해 온 기존 브랜드 슬로건에 대한 `가치 제고` 없이 무작정 바뀔 슬로건에 수억 원의 예산이 허투루 쓰이는 셈이다.

유정미 대전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새로 만들어진 슬로건이 기존 `이츠 대전`을 뛰어넘는 훌륭한 효과를 거둘 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시간이 흘러 (이츠 대전을 교체한 배경) 같은 이유로 슬로건을 바꾼다면 이를 시민들이 동의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현 슬로건을 재정비하는 게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슬로건 교체가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브랜드 슬로건은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슬로건 교체 비용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예산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치단체장의 치적 등을 담아내려는 의도에 시민 혈세가 투입된다면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도 시는 교체에 필요한 비용을 정확히 추산하지 않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정확한 비용 추산을 아직 해보지 않은 상황"이라며 "타 지자체의 경우를 볼 때 2억-3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로등과 맨홀은 내구 연한이 넘어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용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용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