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찬위원장 동의 없이 초등학교 교과서를 무단으로 수정한 혐의로 기소된 교육부 공무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다.

이들은 2017년 초등사회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수립`을 임의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고 이 과정에서 박용조 편찬위원장의 도장을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19일 대전지법 형사5단독(서경민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교육부 과장급 공무원 A 씨의 변호인은 "교과서 수정에 대한 자체 규정이 미비한데다 피고인은 잦은 인사이동 등으로 업무경험도 부족했다"며 "또 피고인이 전 학년, 전 교과서를 다루다 보니 보고의 누락과 혼동이 있어 편찬위원장 관여 없이 수정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교육연구사 B 씨의 변호인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박 편찬위원장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B 씨의 변호인은 "직권남용 권리행사에 대해 이 사건 국정교과서 수정 권한은 교육부에 있다"며 "권한에 의해 수정하면서 교육부에서 지정한 구성원으로 수정하도록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편찬위원장이 교과서 수정 관여자로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편찬위원장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문서위조교사와 위조사문서행사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수정·보완협의록에 편찬위원장의 도장이 날인 된 것은 형식적인 절차 과정에서 기존부터 사용 동의를 받아 소지하던 도장을 날인한 것으로 피고인이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출판사 직원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다투지 않겠다"며 "정상참작을 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편찬위원장인 박 교수가 교육부와 출판사가 교과서 속 대한민국 수립 표현을 본인 동의 없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이와 관련 지난 6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문서위조 교사 등의 혐의로 당시 교육부 교과서정책과장이었던 A 씨와 교육연구사 B 씨, 출판사 관계자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박 교수가 교과서 수정에 반대입장을 보이자 A 씨 등이 일부 교수와 교사를 위촉해 내용 수정을 협의한 뒤 교과서를 수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편찬위원장인 박 교수 등을 증인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 다음 재판은 10월 28일 열린다.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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