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게 아닌데'·23-24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이제 모두 다 코끼리가 될거야. 이 세상은 코끼리 왕국이 될 거야."

어느 날,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탈출했다. 코끼리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 거리. 결국 선거 유세장까지 쑥대밭으로 망쳐놓았다. 조련사는 비둘기와 거위 때문에 일어난 우발적 사건이라 진술하지만 이를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형사는 잔인한 정치적 음모라고 생각한다. 의사는 성행위 도착증에 걸린 환자의 환상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련사의 어머니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것을 풀어주는 걸 좋아하는 성향을 가졌다고 진술하며, 동물원에 취직한 것도 모든 동물을 풀어주기 위한 의도였다는, 다소 황당한 논리를 전개한다.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의사, 형사, 어머니 세 명의 논리에 점점 치쳐가고 자신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달은 조련사는 진실을 얘기하기에 이르는데….

코끼리의 탈출을 모티브로 대화와 소통이 단절된 현대인의 모습을 위트있게 풍자한 연극무대가 펼쳐진다.

`2012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등 주요 연극상을 휩쓸고 2013·2018 앙코르 공연에서도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은 김광보 연출의 화제작 `그게 아닌데`가 오는 23일과 24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열린다.

공연은 2005년 벌어진 `동물원 코끼리 탈출 사건`을 모티브로 이미경 작가가 창작한 이 작품은 한 사건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소통하지 않는 현시대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군더더기 없는 구조와 언어, 그리고 초연부터 함께한 윤상화, 문경희, 강승민, 유성주와 형사 역할로 새로이 합류한 한동규까지 뛰어난 배우들의 담백하면서도 능청스런 연기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늘도 오해하고 오해받으며 "그게 아닌데" 라고 되뇌고 있을 외로운 분들에게 선사하는 한편의 우화다.

연극 `그게 아닌데` 속 인물들은 자신만의 논리를 펼치며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이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 사회의 계층, 세대, 집단의 단절과 크게 닮아 있다.

군더더기 없는 구조와 언어, 그리고 초연부터 함께한 윤상화, 문경희, 강승민, 유성주와 형사 역할로 새로이 합류한 한동규까지 뛰어난 배우들의 담백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연기 앙상블이 극에 어우러져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통단절의 시대에 살며 어떻게 해야 다시 대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외로운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할 이번 공연의 관람료는 전석 2만 원으로 14세(중학생) 이상 입장 가능하며, 예매는 대전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djac.or.kr)와 전용콜센터(☎1544-1556)에서 할 수 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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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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