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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칼날의 빛을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를 때다

2019-08-16기사 편집 2019-08-15 16: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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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대한민국 '동네북' 전락 우려...역사적으로 지도층 무능은 국난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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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無能)은 죄악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도층의 무능은 더욱 그렇다. 역사적으로 약소국의 외교적 무능은 국난을 불렀다.

무사안일과 당파싸움에 빠져 임진왜란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선조와 조정 대신들, 쇠락한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에 매달려 청을 오랑캐라며 배척하다 병자호란을 자초한 인조, 열강의 패권다툼 속에서 외세의 도움만 바라다 망국의 치욕을 부른 고종은 조선의 대표적 무능한 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최근의 동북아 정세는 구한말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와중에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은 한국을 겨냥해 하루가 멀다 하고 신형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며 협박하고 조롱까지 퍼붓는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우리나라 방공식별구역(KADIZ)을 제 안방 드나들듯 한다. 특히 중국은 정치, 경제, 군사력 등을 앞세워 '대국굴기'의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동맹이라는 미국은 남한 전역을 강타할 수 있는 북한의 신형 미사일 도발을 "별 것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이면서 한 순간 '동북아의 동네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일제 점령기 강제 징용노동자 배상을 둘러싼 갈등의 1차적 책임은 군국주의 부활을 노리는 아베 정권에게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외교 무능과 전략 부재도 가볍게 넘겨선 안된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외교적 해법을 찾기보다는 '죽창가' '배 12척' 등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연거푸 탄도 미사일을 쏘며 도발을 하는데도 "남북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일본 경제를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라고 발언을 해 야당으로부터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평화는 힘이 바탕이 될 때 유지된다. 현 상황에서 남북평화를 위한 비핵화만 부르짖다간 이미 핵무장을 끝낸 북한이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잡고 우리에게 무리한 요구와 협박, 심지어 조롱을 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집권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 유리하다'는 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일본의 경제보복을 선거에 이용하려 하는 것이냐는 비난을 자초했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이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교력을 통해 극일(克日)에 나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취임 후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관계를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라는 결단을 통해 최상의 관계로 회복시켜 놓았다.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 한일 문화교류의 초석을 놓았고, 이는 '한류 붐'으로 이어지게 됐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우리에게 외교는 명줄이나 다름없다. 정치는 실수하더라도 고치면 되지만 외교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맞대응으로 한일정보보호협정 폐기와 도쿄올림픽 보이콧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분기탱천'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중국은 지난 1980년대 최고 지도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이는 '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의미다. 강대국의 눈치를 살펴 협력하면서 은밀하게 경제·군사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도광양회'를 통해 세계 G2 국가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도 극일과 남북관계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경제와 안보의 도광양회 전략이 필요하다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지도자가 민중을 따르기만 하면 민중과 함께 망하고, 민중을 거스르면 민중에게 망한다"고 했다. 그는 또 "진정한 지도자는 민중에게 인기가 없지만 득이 될 정책을 내놓고 부단히 설득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면초가에 놓인 대한민국. 지도자의 외교적 역량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송연순 편집 부국장 겸 취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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