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나의 주변에는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울먹거리며 고개를 떨군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같은 처지의 신규 교사들뿐이라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그 때는 누구나가 말로 내뱉지는 않았어도 마음속으로 한번 쯤은 읊었을 말인 `내가 이러려고 초등교사 됐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 어쩌면 그 당시에는 그렇게 해서라도 스트레스를 풀고, 또 나의 말에 동조하며 맞장구쳐 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나만의 직장 `해우소`를 찾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갈 무렵, 난 결혼(당시 나의 나이는 다른 신규들보다 많았다.)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이했고, 덕분에 서천으로 인사이동해 남편 곁으로 올 수 있었다. 고향이 전북인지라 최대한 전북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했는데, 논산을 놔두고 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천으로 희망해서 오게 됐는지 그 이유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낯선 이곳 서천에서 한 해, 한 해 지낼수록 좋은 선배교사들을 만나고 선배들로부터 열심히 살기위한 비법을 전수받으며 긍정적 마인드로 바뀐 나의 모습이 낯선 이 곳에서의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신규 때는 현실에 대한 불평과 불만만을 늘어놓기만 했을 뿐 누군가에게 도움 받을 생각도, 현재의 문제를 직시하고 더 나은 교사의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참 한심하고 `절망과 좌절`로 내 인생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황금 같은 시기를 허송세월했다. 신규 시절의 좌절감과 괴리감은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더불어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불러온 부정적인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초등교사로서 10년을 넘긴 요즘 나는 무엇이든지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더불어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려놓았다. 솔직히 아직도 내 마음속 한켠에서 꿈틀 거릴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심호흡을 한 다음, `내려놓음으로 한 해 한 해 열심히 살기`라는 인생 목표를 여러 번 되뇌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하루 또는 한해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욕심 가득한 스크루지 영감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이제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모든 걸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살고자 한다. 가끔 "그런 일을 왜 해?"라고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놓아버릴까 흔들리기도 하지만 `놓아버림`과 `내려놓음`은 큰 차이가 있기에 나는 과감하게 `내려놓음`을 선택한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주현 서남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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