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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내려놓음

2019-08-16기사 편집 2019-08-15 16: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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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주현 서남초등학교 교사

초등교사로 교단에 선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신규 교사로 발령받았을 때 나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내가 맡은 업무와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리라 다짐하며 교단에 첫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나의 다짐과는 다르게 교실 속에서 벌어지는 버라이어티한 일들이 '신규교사'인 나에게 쓰디 쓴 좌절감을 맛보게 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신규에게 선배교사들도 피하는 방과후학교 업무를 쥐어주며 신규의 패기를 보여 달라는 학교의 무리한 요구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몸소 느끼게 하며 3개월을 눈물로 지내며, 흐른 눈물과 함께 나의 굳은 다짐은 무너져 내렸다.

당시 나의 주변에는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울먹거리며 고개를 떨군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같은 처지의 신규 교사들뿐이라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그 때는 누구나가 말로 내뱉지는 않았어도 마음속으로 한번 쯤은 읊었을 말인 '내가 이러려고 초등교사 됐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 어쩌면 그 당시에는 그렇게 해서라도 스트레스를 풀고, 또 나의 말에 동조하며 맞장구쳐 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나만의 직장 '해우소'를 찾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갈 무렵, 난 결혼(당시 나의 나이는 다른 신규들보다 많았다.)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이했고, 덕분에 서천으로 인사이동해 남편 곁으로 올 수 있었다. 고향이 전북인지라 최대한 전북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했는데, 논산을 놔두고 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천으로 희망해서 오게 됐는지 그 이유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낯선 이곳 서천에서 한 해, 한 해 지낼수록 좋은 선배교사들을 만나고 선배들로부터 열심히 살기위한 비법을 전수받으며 긍정적 마인드로 바뀐 나의 모습이 낯선 이 곳에서의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신규 때는 현실에 대한 불평과 불만만을 늘어놓기만 했을 뿐 누군가에게 도움 받을 생각도, 현재의 문제를 직시하고 더 나은 교사의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참 한심하고 '절망과 좌절'로 내 인생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황금 같은 시기를 허송세월했다. 신규 시절의 좌절감과 괴리감은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더불어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불러온 부정적인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초등교사로서 10년을 넘긴 요즘 나는 무엇이든지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더불어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려놓았다. 솔직히 아직도 내 마음속 한켠에서 꿈틀 거릴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심호흡을 한 다음, '내려놓음으로 한 해 한 해 열심히 살기'라는 인생 목표를 여러 번 되뇌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하루 또는 한해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욕심 가득한 스크루지 영감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이제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모든 걸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살고자 한다. 가끔 "그런 일을 왜 해?"라고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놓아버릴까 흔들리기도 하지만 '놓아버림'과 '내려놓음'은 큰 차이가 있기에 나는 과감하게 '내려놓음'을 선택한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주현 서남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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