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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빛을 되찾다

2019-08-15기사 편집 2019-08-15 11: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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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DHC가 자회사가 혐한 방송을 자주 한 것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이 방송은 "방탄소년단 멤버 중 1명이 일본에 원폭이 떨어진 디자인 옷을 입었다"며 혐한 특집을 진행했다. 한 출연진은 "원폭 사건은 세계적으로도 심한 일인데, '만세' 라고 말한 것은 사람으로서 심하다"고 비난했다.

지나가다 개가 벼락에 맞는 걸 보고 좋아하는 사람은 정상이 아니다. 그러나 내 발목을 물고 있는 개가 벼락에 맞아 떨어져 나간다면 만세 부를 만하다. 개도 고통스럽겠지만 내 안위가 우선 아니지 않나.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을 발전시켰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순진한 생각이다. 어느날 옆 집 사람이 찾아와 "내가 당신 집을 리모델링해줄 테니 명의를 이전해달라"는 말을 들으면 사기꾼이란 생각이 드는 게 상식이다.

19세기 동양 문명과 서구 문명간 충돌이 본격화했다. 인도양을 이용하던 프랑스와 영국이 활발하던 시기엔 동남아와 중국이 주무대였지만 20세기 태평양 너머 미국이 강대국으로 떠오르면서 동북아가 각축장이 됐다. 바닷길과 육로를 모두 갖춘 한반도는 신문물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큰 지역이었다. 세계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최근 수십년간 우리 경제의 급격한 성장도 국제 정세의 영향이 가장 크다. 누군가는 한국인의 우수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치가 신봉했던 우생학은 여러 연구에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간 외양은 다르지만 유전자는 99.9% 이상이 같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구인은 결국 그 놈이 그 놈이다.

역사·문화 유산이 중요한 변수다.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적 동질감은 협력을 용이하게 한다. 편리한 문자는 빠르게 문맹률을 낮춰 우수한 노동력을 공급한다. 침략전쟁으로 반인륜적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자신감은 외교적으로 유리하다. 이와 같은 요소들이 '보다 빨리', '보다 높게' 발전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광복 후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초토화됐다. 사실상 아무 것도 없는 맨땅에서 다시 시작한 셈이다. 그간 부침은 있었지만 세계가 놀랄 만한 발전상을 보여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년 후인 2023년 일본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만하면 식민지배가 발목을 잡았던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만 하지 않은가. 빛을 되찾은 민족의 저력이다.

이용민 지방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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