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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소녀상과 양심의 예술

2019-08-14기사 편집 2019-08-13 17: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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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의 무역전쟁이 고조되고 있는 최근, 일본 만화 '에반게리온'의 작가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일본의 주요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던진 말이 주목되고 있다. "더러운 소녀상"이라는 발언도 문제지만,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포함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그 후' 라는 셱션이 폐쇄된 것은 심각한 사건이라고 할만하다. 트리엔날레에 참여한 작가 72명은 전시장 폐쇄에 항의하여 "우리들이 참가하는 전시회에 대해 정치적 개입이 그리고 협박마저 행해지고 있다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느낀다"는 내용의 연대 성명을 8월 6일 발표했다. 이 연대성명에는 한국작가 박찬경, 임민욱을 포함해 고이즈미 메이로, 츠다 미치코, 침폼과 같은 일본 현대미술가들의 명단도 들어있다. 고이즈미 메이로는 2010년 서울시립미술관의 미디어비엔날레와 2015년 '미묘한 삼각관계'전에도 참가했던 작가이다. 2015년의 '미묘한 삼각관계'전에 고이즈미가 내놓은 6개의 작업 중에서 '젊은 사무라이의 초상'과 '오럴히스토리'를 기억하고 싶다. '오럴히스토리'는 작가가 2년 동안 도쿄시내에서 170명의 도쿄시민들에게 1900년에서 1945년 사이의 역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듣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예상보다 심각할 만큼 대부분의 시민들이 엉터리 답변을 내놓았다. 작가는 일본인들의 역사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인식을 알리고자 한 것이었을까? '젊은 사무라이의 초상'은 한 젊은 배우가 세계 2차 대전 당시 자살특공대인 카미카제로 출격하는 마사키 역할을 맡아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내용의 연기를 하는 영상작품이다. 감독인 작가는 목소리만 출연하여 젊은 배우에게 존댓말로 연기 지시를 하다가 점점 반말로 외치며 배우를 압박한다. 그러다 마지막에 갑자기 마사키의 어머니로 빙의되어 젊은 배우에게 가지 말라고 울부짖는다. 자살특공대원임을 자랑스러워하던 마사키는 그 순간 그것이 자신이 원한 것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 세뇌된 폭력과 강요임을 깨닫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철학자 랑시에르가 말했듯이 현실과 다른 감각중추를 사용하는 것이 예술이라면, 우리는 일본인의 현실감각과 불일치하는 감성을 고이즈미의 작품에서 발견한다. 일본의 역사망각을 현실로 다시 불러내는 양심의 예술가가 있기에 아직 절망하기에 이른 것 같다. 유현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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