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우리가 뛰놀면서 보낸 어린 시절과 컴퓨터 세대의 요즘 아이들이 보내고 있는 어린 시절은 어떻게 기억되고 불러올 수 있을까. 날로 발전해가는 과학문명에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으며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지구반대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러나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대에도 과거로는 갈 수는 없다. 옛 공상영화 `백 투더 퓨처`는 말 그대로 과거부터 미래를 오가는 시·공간을 초월한 영화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친구들과 놀던 어린시절의 마당 한가운데 서있고 싶을 때가 있고 또한 마당 하면 생각나는 애니메이션이 있으니 바로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양계장 안에 갇혀 살며 알만 낳던 암탉의 마당 밖 세상에서의 꿈과 자유를 향한 여정을 그린 만화로 마당은 어찌 보면 내가 바라보는 한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 우리에게 마당은 무엇일까?

마당이라고 하면 보통은 집의 앞, 뒤에 있는 평평하고 단단한 땅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주택 마당은 건설기계를 이용한 토공사를 통해 높이 차이가 있는 마당을 인위적으로 조성하지만 예전에는 집을 짓고 남는 공간을 마당으로 사용하다보니 동네길과 마당의 높이 차이가 없어 낮은 울타리나 담장 그리고 대문의 열고 닫음으로 식구들만의 사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동네 꼬마들부터 어른들까지 오가는 이들이 스스럼없이 드나들며 안부를 묻고 어울리는 소통(community, network)의 공간으로도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과거에 이러한 여러 종류의 마당이 있었다. 잊혀져가는 우리네 마당을 살펴보자. 대문에 들어서면 전면으로 건축물이 자리하고 담장으로 둘러진 마당을 가로지르면 사랑채가 손님을 맞이하고 주변에 측간(화장실)이 자리했다.

집의 규모를 말할 때 마당의 개수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마당을 단순히 건물의 외부라기보다는 집의 한 요소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반 여염집에는 보통 행랑마당·사랑마당·안마당 등이 있다. 행랑마당은 주인이나 머슴이 일을 하는 공간이고 사랑마당은 바깥주인의 공간으로 손님을 영접하는 장소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혼례식도 치러졌다. 안마당은 안방마님이 집안을 꾸려가는 가사노동의 공간으로 밖으로부터 폐쇄적인 구조를 이룬다. 뒷마당은 장독대나 굴뚝 등이 배치되어 가사노동이 집약되도록 하고, 안방이나 건넌방에서 문을 열면 감상할 수 있도록 후원을 가꾸었다.

마당을 꾸미는 일 또한 매우 중히 여겨 네모난 안마당에는 큰 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집들이 동, 남향으로 자리했기에 햇빛을 가로막아 집을 음침하게 하기 때문이다. 단, 청렴한 선비의 상징인 배롱나무를 심어 과거시험에 합격을 기원하기도 했으니 우리나라 서원에 배롱나무가 많은 이유이기도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마당이 없어지거나 예전의 역할을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도시개발에 따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현재 우리나라는 어느 도시를 가던지 아파트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일명 아파트공화국이 된지 오래다. 과거의 아파트는 좁은 국토를 최대한 이용하여 주택난 해소에 건축의 목표를 두었기에 입주민들의 화합이나 소통의 장으로 내어줄 수 있는 공간은 생각조차하지 못했을 것이나, 지금의 아파트 단지에는 마당을 대체하여 복합 커뮤니티센터(골프, 수영, 요가, 독서 등)에서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있고 이는 과거 집 마당과 다를게 없으니 단지 내 입주민들은 얼마나 좋을까.

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다수의 공공기관의 건축을 바라보면 다양한 형태의 마당을 제시하고 있다. 부지 출입을 위한 정문으로부터 건축물의 현관까지 이어지는 진입마당, 이용자의 휴식을 고려한 휴게마당, 관리자와 이용자의 소통을 위한 문화행사마당, 하늘정원, 상상마당 등 그리고 주차장까지. 이렇듯 건축물(집)이 있으면 여러 종류의 마당이 반드시 존재했으며 그 마당은 많은 스토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모쪼록 스마트시대에 사는 우리 아이들이 그들만의 기억을 담을 수 있는 다양한 마당이 제공될 수 있었으면 한다.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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