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노골화하고 미국은 방위비 인상의 호재로 삼는 듯한 인상이다. 북한은 지난달 이후 연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지난 10일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도 11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에 대한 반발이다. 이날 도발은 지난 6일 미사일 도발 이후 나흘만이자 올해 들어 일곱 번째 이뤄진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면서 미국이 아니라 한국을 작심해 비판하고 있다. 한미훈련에 대한 해명 없이는 남북 간 접촉이 어렵다며 청와대를 향한 막말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김정은 북한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며 이를 공개했다. `돈이 많이 드는 훈련에 대한 불평이었고, 훈련이 종료될 때 시험발사도 멈출 것`이란 내용이다. 트럼프가 북 미사일 발사가 한미훈련에 대응해 이뤄진 것이며,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은근히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도 트럼프는 한미훈련에 돈이 많이 든다며 한국한테 돌려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은 나 몰라라 하면서 이를 빌미로 방위비를 인상하겠다는 속셈이다. 북한의 잇단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이 트럼프의 대응과 무관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대남 도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신중 모드만 유지하고 있어 답답하다. 청와대가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며 중단을 촉구한 게 전부다. 북미협상의 큰 틀이 흔들리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지만 북한은 다르다.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대화를 해도 북미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미국과 대화를 하겠지만 한국은 배제하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북한에 협박받고 미국에 압박을 받으면서도 정작 대화엔 끼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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