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고 김준기 교사
세종고 김준기 교사
언젠가 모교의 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교직에 있을 때 내내 짝사랑만 하다 왔다`. 20여년의 교직 생활을 최근에 정리하고 대학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신 교수님의 회고는 저에게도 묵직한 가르침으로 남아 있다. 그 말의 의미를 전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 말이 결국 밟아나가야 할 저의 미래임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이들과 잊지 못할 인생의 한 때를 수놓을 수 있음에 벅차다. 2014년 처음 교직을 시작하여 이제 6년차에 접어든 필자에게 교직에서의 매년은 나름의 설렘과 충만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올해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해다. 바로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활동` 때문이다. 역사 교사로서 교직에서 이런 영광스러운 날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얻었으며, 이런 활동을 기념하는 행사를 학생이 주체가 되어 진행했음에 뿌듯함을 느끼고,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하지만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시기에 맞게 시행하려면 시기상 2월부터 준비가 필요한데 학사 일정상 2월은 방학 기간이라 준비가 어려운 상태였다. 예상한 난관임에도 불구하고 대책이 없어 막막했다. 이 때 시청에서 3·1 운동 100주년 기념 활동의 미래분과 참석을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 세종시에서 세종고를 비롯한 학교들이 세종의 미래를 담당할 대표로 선정돼 회의에 참석하고, 다소의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후 교육청에서도 행사 진행에 필요한 지원을 융통해 주었다. 이렇게 여러분들의 지원을 받아 세종고 역사 동아리 `세역모(세종 지역사 연구 모임)` 학생들과 필자는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행사`를 진행했다. 먼저 2월 28일부터 3월 1일에는 시청 주도의 행사에 미래분과 대표로 참석했다. 학생들과 며칠 밤을 행사 준비에 매진하면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고 즐기고 설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는 힘든 생각보다는 즐거운 추억들이 한가득이다. 초봄의 벅찬 감동과 빛났던 인생의 한 컷은 벌써 한여름의 뙤약볕에 색이 바랜 듯 하다. 밤낮없이 행사 준비를 하면서 마주봤던 동아리 학생들은 학업에 열중하느라 간혹 보기 일쑤다. 우리의 가장 생동감 있던 한 때는 사진과 영상으로만 남을 것이다. 그리고 행사를 함께 했던 저와 학생들은 언젠가 이별할 것이다. 다만 늘 떠나가는 학생의 뒷모습을 지켜봐야하는 교사의 숙명이 추억들을 조금 더 감싸 안아 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이 행복하고 벅차다.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서 자기 인생을 빛낼 어떤 이의 인생에 한 땀을 수놓았다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추억은 그 깊이만큼 흐려지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감히 생각해본다. 100년 전 선조들이 일제의 불의에 항거하여 일어났을 때, 그 때의 선조들도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한창인 저의 교직생활은 어쩌면 좌절의 연속일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저 스스로 이렇게 말하며 마음을 다잡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김준기 세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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