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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2019-08-09기사 편집 2019-08-08 18: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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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세종고 김준기 교사
언젠가 모교의 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교직에 있을 때 내내 짝사랑만 하다 왔다'. 20여년의 교직 생활을 최근에 정리하고 대학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신 교수님의 회고는 저에게도 묵직한 가르침으로 남아 있다. 그 말의 의미를 전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 말이 결국 밟아나가야 할 저의 미래임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이들과 잊지 못할 인생의 한 때를 수놓을 수 있음에 벅차다. 2014년 처음 교직을 시작하여 이제 6년차에 접어든 필자에게 교직에서의 매년은 나름의 설렘과 충만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올해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해다. 바로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활동' 때문이다. 역사 교사로서 교직에서 이런 영광스러운 날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얻었으며, 이런 활동을 기념하는 행사를 학생이 주체가 되어 진행했음에 뿌듯함을 느끼고,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하지만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시기에 맞게 시행하려면 시기상 2월부터 준비가 필요한데 학사 일정상 2월은 방학 기간이라 준비가 어려운 상태였다. 예상한 난관임에도 불구하고 대책이 없어 막막했다. 이 때 시청에서 3·1 운동 100주년 기념 활동의 미래분과 참석을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 세종시에서 세종고를 비롯한 학교들이 세종의 미래를 담당할 대표로 선정돼 회의에 참석하고, 다소의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후 교육청에서도 행사 진행에 필요한 지원을 융통해 주었다. 이렇게 여러분들의 지원을 받아 세종고 역사 동아리 '세역모(세종 지역사 연구 모임)' 학생들과 필자는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행사'를 진행했다. 먼저 2월 28일부터 3월 1일에는 시청 주도의 행사에 미래분과 대표로 참석했다. 학생들과 며칠 밤을 행사 준비에 매진하면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고 즐기고 설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는 힘든 생각보다는 즐거운 추억들이 한가득이다. 초봄의 벅찬 감동과 빛났던 인생의 한 컷은 벌써 한여름의 뙤약볕에 색이 바랜 듯 하다. 밤낮없이 행사 준비를 하면서 마주봤던 동아리 학생들은 학업에 열중하느라 간혹 보기 일쑤다. 우리의 가장 생동감 있던 한 때는 사진과 영상으로만 남을 것이다. 그리고 행사를 함께 했던 저와 학생들은 언젠가 이별할 것이다. 다만 늘 떠나가는 학생의 뒷모습을 지켜봐야하는 교사의 숙명이 추억들을 조금 더 감싸 안아 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이 행복하고 벅차다.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서 자기 인생을 빛낼 어떤 이의 인생에 한 땀을 수놓았다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추억은 그 깊이만큼 흐려지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감히 생각해본다. 100년 전 선조들이 일제의 불의에 항거하여 일어났을 때, 그 때의 선조들도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한창인 저의 교직생활은 어쩌면 좌절의 연속일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저 스스로 이렇게 말하며 마음을 다잡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김준기 세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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