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한 달여 만에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1건을 허가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어제 한국에 대한 1차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했던 반도체 기판에 바르는 감광액인 포토레지스트 수출신청 1건을 전날 승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품목은 일본이 개별허가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수출 승인이 90일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3분의 1로 단축된 것이다. 정부도 이낙연 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수출규제 시행세칙을 발표하면서 기존 반도체 등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 지정을 하지 않은 것과 맞물리면서 일본의 속셈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고 있다.

일본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확전을 자제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수출규제 이유가 분명하지 않고 오락가락하다보니 국제사회서도 의아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일본도 의식했기 때문이다. "엄정한 심사결과 안보상 우려가 없음을 확인하고 허가를 해줬다"는 일본의 설명은 징용판결에 대한 보복조치가 아니라 수출관리 차원이라는 것을 강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일본은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겨우 수출 1건을 허가하면서 명분도 쌓고 생색도 내려는 것이다. 세코 경제산업상이 "잘못된 사례가 나오면 개별 신청 대상 확대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봐서도 결코 규제완화가 아님을 알 수가 있다.

일본의 수출허가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이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비이기도 하다. 무엇이 됐든 일본의 태도에 변화조짐이 있다면 주시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우리 스스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 한 일본은 언제든 추가보복 카드를 뽑아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기업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대응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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