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어제 관보를 통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지난 2일 각의에서 개정안이 의결된 뒤 닷새 만이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의 수출 간소화 혜택을 받는 백색국가에 지정된 지 15년 만에 이 리스트에서 빠지는 첫 국가가 됐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부터는 일본 기업들의 한국 수출절차가 대폭 까다로워지게 된다. 개별허가 품목으로는 기존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지정은 그나마 없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한국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 취한 조치인 만큼 기조를 바꾸거나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지만 먼저 싸움을 걸어온 이상 이제 일본과의 경제전쟁은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어차피 치러야 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고 정치권도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의 반응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한심스럽다.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엔 공감을 하면서도 초당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거나 제시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여론을 의식한 선명성 경쟁과 허황된 주장 등으로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기업과 정부, 정치권이 태스크 포스 팀을 꾸려 해법을 찾는 게 나을 듯하다.

네 탓 공방을 한다고 해서 사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어떤 게 국익을 위하는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극일(克日)을 하려면 무엇보다 정치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치권부터 공방만 벌이고 있으면 어떻게 해법이 나오겠는가. 정치권의 분열된 모습은 국민들의 의욕까지 떨어뜨릴 수가 있다. 서로 비난하고 싸우는 모습은 결국 일본의 노림수에 넘어가는 꼴이다. 여야 정치권부터 한목소리를 내는 게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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