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창비/ 244쪽/ 1만 5000원

선량한 차별주의자
선량한 차별주의자
"장애인이 버스를 타면 시간이 더 걸리니까 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강릉원주대 교수인 저자의 장애인의 시외버스 탑승에 대한 토의 수업에서 한 학생이 한 말이다. 일부러 장애인을 차별하기 위해 한 말은 아닐 테지만, 저자는 어떻게 장애인이 돈을 더 내야 공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지에 주목했다.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된 질서 속에서 바라보면 버스의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것은 장애인의 결함이고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다.

애초에 비장애인에게 유리한 속도와 효율성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이미 편향된 것임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는 우리가 차별을 보지 못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 이유다.

저자는 모든 사람은 가진 조건이 다르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아무리 공정하게 판단하려 한들 편향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우리가 보지 못하는 차별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특권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특권은 나에게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구조물이나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는 그 때 발견할 수 있다.

한 예로 시외버스 좌석에 앉아서 자신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외버스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차표를 사도 버스에 탈 수 없다. 타인은 갖지 못하고 나는 가진 어떤 것, 여기서는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특권이다.

저자는 우리가 때에 따라 특권을 가진 다수자가 되기도 하고, 차별받는 소수자가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런 교차성은 차별에 대한 논의를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예멘 난민 수용 논란이 일었을 때, 예맨의 성차별적 문화를 이유로 더 거세게 난민 수용에 반대한 이들이 `소수자`인 여성이었다는 점을 예로 들며 차별에 대한 논의를 더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바보` 캐릭터가 장애인 비하라는 문제를 제기하자 왜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덤비냐고 한다. 학생 성적별로 수준에 맞춘 교육을 제공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우열반으로 나누는 것이 학생에게 좋은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노키즈존` 논란에 대해 일부는 사업주에게는 손님을 거절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노장애인존`도 괜찮은가.

아이러니하게도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조차 차별적인 질서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한다. 불평등을 유지시키면서 차별은 고착되고 구조의 일부가 된다.

저자는 날카롭고 다각적인 문제제기를 따라가다보면 아무리 선량한 시민이라도 차별을 전혀 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모두가 평등을 바라지만 선량한 마음만으로는 평등이 이뤄지지 않는다. 불평등한 세상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선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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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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