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시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도시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은 물리적, 경제적 개발보다는 커뮤니티와 지역문화를 잘 보존하고 살리는 방식으로 도시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취지다. 옛 경의선 폐철길을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서울의 연트럴파크는 이러한 도시재생의 성공적 사례인 듯 소개된다. 그런데 관광명소가 된 연트럴파크의 이면에는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심화시켜 원주민은 쫓겨나는데다 공원주변의 가게들 때문에 심각해지는 오염 및 무분별한 상업적 난개발 등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대전의 소제동 역시 도시재생사업에 들어갔다. 한쪽에서는 레미콘 차가 폭염에도 연일 오가고 다른 한쪽에는 서울 익선동을 벤치마킹한 카페들이 들어서는데,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온 관광객이나 호기심 많은 시민들이 사라져가는 소제동의 골목을 유랑한다. 기이한 것은 소제동이 대전의 역사에서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마을이며 철도관사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 대부분이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제동의 레지던시공간인 소제창작센터의 작가들은 소제동이 대전의 역사에서 어떤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지 물으며 이 장소의 삶을 들여다본다. 제 기능을 잃은 불구의 몸이 된 소제동 즉 이 사회의 몸체를 사지가 절단된 마네킹으로 비유하기도 하며, 알에서 병아리를 부화시켜 소제동으로 통칭되는 사회의 약자가 살아남는 생존전략을 언급하는 작업들이 그것이다. 이는 서울의 제2의 연트럴파크를 꿈꾸는 공덕동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시위들과 유사하다. 현재 공덕동의 경유선 공유지에는 연구자들과 작가들이 공론화과정 없이 개발을 강행하는 데 맞서 사업을 철회시키기 위해 여러 모양으로 항의중이다. 서울대 지리교육학과 박배균 교수의 말을 빌리면 "공원이기도 하고 숲길이기도 하고 광장이기도 한 자발적 공간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소제동은 어떠한가? 대전의 역사적 공간이자 원주민의 삶이 배인 이곳이 재생 혹은 개발의 논리에 의해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소제창작센터의 작가들은 진지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여름 그들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길 바래본다.

유현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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