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임 유성선병원 간호국장
김영임 유성선병원 간호국장
예부터 전해온 우리의 풍속 중 인간의 생사고락을 함께한 미풍양속들이 많이 전해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신생아 백일잔치다.

요즘은 보건의료가 발달해 수명이 길어져 환갑잔치가 사라지고 있다. 어린아이의 백일잔치도 양가 부모의 조촐한 행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불과 70년 전쯤만 해도 생후 100일을 넘기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많았다.

100일 잔치는 생존 그 자체를 온 동네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대단한 행사였다.

간호사 선배들에겐 마치 신생아와 같은 신규 간호사의 100일이 여전히 귀하다.

병원간호사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사 1년 미만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은 약 38%에 달한다고 한다. 10명 중 4명 꼴이다.

게다가 요즘엔 하루 이틀 만에 퇴사를 통보하거나 `내일부터 안 나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정말 연락을 끊는 간호사도 많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인만의 고충이나 어쩔 수 없는 속사정이 드러난다.

고단한 근무 환경과 이로 인한 퇴사의 악순환 가운데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 필자가 몸담고 있는 유성선병원에서 신규간호사 100일 잔치가 열렸다.

아직은 아이 같아 보이는 간호사들이 옹기종기 모인 가운데 영상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 수간호사가 있었다.

단상에서 그동안의 시간들을 회고하다 눈시울이 붉어진 수간호사도 있었다. 수간호사들뿐이었을까.

말을 경청하던 신규간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애써 눈물을 감추거나 휴지를 꺼내 눈가를 꾹꾹 누르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뭉클했다. 프리셉터들 눈에도 여기까지 온 신규간호사들이 참 사랑스러울 것이다.

신생아가 보호자 품을 떠날 수 없듯이 신규 간호사들과 종일 함께하며 가르침과 격려에 늘 힘써온 그들이다.

신규간호사들이 입사 초 선배와의 면담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학생간호사(실습생)를 1000시간 넘게 했는데도 간호사가 이렇게 어렵고 바쁜 직업일 줄은 몰랐어요`다.

하루하루가 신세계였을 것이다. 특히 환자에게 처음으로 정맥주사를 놓던 날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주사기를 잡은 손이 덜덜 떨렸을 텐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100일을 넘긴 지금. 이들이 얼마나 대견한지.

시간이 흘러 이들 역시 프리셉터가 되고 수간호사가 되면 선배 간호사들의 마음을 온전히 공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 100일 잔치에 모인 신규간호사 모두와 내년에는 돌잔치를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영임 유성선병원 간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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