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밤빛이 많아져 별들은 보기 어렵지만 달은 언제나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지구의 영원한 동반자인 달은 어두운 밤길을 밝혀주고 있고, 수많은 낭만을 선사한다. 그러나 달에는 헬륨3를 비롯한 엄청난 미래의 자원이 있으므로, 필자에게는 낭만적으로만 보이는 게 아니라 희망을 주는 존재로도 보인다. 특히 올해는 인간이 달에 발자국을 남긴 지 50주년이 되는 해로 달에 대한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냉전시대에 미국은 구소련과의 달 탐사 경쟁에서 일방적인 승리 이후 30여 년 동안 잠잠하다가, 최근 달 탐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우주굴기(宇宙屈起)`를 외치며 탐월공정(CLEP)을 진행하고 있으며, 달 탐사의 선두주자를 자처하고 있다. 중국은 수십여 년 전부터 아프리카의 오지까지 각종 자원에 손길을 뻗혀왔고, 미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달 탐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유럽·인도가 동참하고 있고, 일본은 이미 달 탐사를 수행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소행성에 착륙, 샘플을 채취하는 등 녹록치 않은 우주개발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기초소재를 가지고 몽니를 부리는 최근의 행태는 비난해야 하지만 기초과학에 오랫동안 투자해온 그들의 장점은 참고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과 달 탐사 추진현황은 자체로켓 개발을 먼저 성공해야 하는 과제, 최우수 과학기술 인재 확보, 우주청 설립 등 많은 과정이 남겨져 있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에는 과학기술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튼실한 지휘부를 갖췄었다. 보수정권 10년 동안 교육부과 과학기술부를 합쳤다가 개념도 불확실한 미래창조과학기술부로 개편을 거듭하다가, 지금은 거대한 정보통신분야를 합쳐 과학기술부의 위상이 매우 짓눌린 형국이다. 해체와 합체를 거듭하는 동안 과학기술부에서 노하우가 쌓였던 고위 행정 관료들은 거의 흩어졌으며, 지난 십수년 간 근시안적인 지휘부는 과학기술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하자원이 거의 없으므로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오로지 우수하고 성실하게 축척한 실력에만 나라의 미래를 걸어야 한다. 최우수 인재들이 기초과학과 첨단과학에 걱정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정책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어느 탈북과학자는 지난 1월 서울대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북에서는 최고의 인재가 로켓 개발을 하고 있는데, 남에서는 최고의 인재가 쌍꺼풀 수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교육·과학정책으로는 우수한 학생들이 과학기술인으로 도전하는 데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 실패도 용인되며 그러나 성공만 하면 효과가 매우 큰 분야, 극지연구, 융합연구 등 난이도가 높은 분야에 도전하는 인재들이 많을수록 미래는 밝으며, 달 탐사든 기초소재 기술이든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은 기초과학을 최우선으로 하는 과학기술부의 독립, 우주개발을 일관되게 주도하는 우주청 설립, 최고 인재가 실패의 부담 없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고, 행정 관료들도 오래도록 과학기술관련 행정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환경 등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또한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분야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장이 돼선 안 된다.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일관된 과학기술정책을 세워주기 바란다. 달 탐사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최고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유치해 먼저 심해저, 극지연구 등 행성지구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부터 점령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오지의 극한 환경이라도 달 탐사 하는 것보다는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달 탐사 분야든 기초소재든 간에 보여주기식 단기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큰 청사진과 긴 안목의 일관된 과학기술정책을 펼쳐나가길 기대한다.

이영웅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