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손목에 힘이 빠지면서 병뚜껑을 따기가 힘들거나 물건을 세게 잡지 못해 떨어뜨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거나 마우스를 움직일 때나 빨래를 짤 때 손목에 갑자기 저리고 아팠던 증상을 느꼈다면 `수근관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수근관은 손목 앞 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뼈와 인대로 이루어져 있는 통로로 손목의 터널이라고도 불린다. 수근관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9개의 힘줄과 신경으로 이루어진 정중신경이 지나가는데, 손목을 무리하여 사용하게 되면 약해지고 좁아진 수근관이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이렇게 정중신경이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수근관에 눌려 압박을 받으면 통증이 유발되는데 이를 `수근관 증후군`이라고 한다.

주된 증상으로는 손이 뻣뻣하고 부어있는 느낌이 들며, 엄지 손가락이 약해져 젓가락질이나 작은 물건을 손가락으로 잡기가 어려우며 주먹을 쥐기도 힘들다. 심한 경우 자다가 손이 저리고 화끈거려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손을 주물러야지만 나아지길 반복한다.

보통 손 저림이나 손목 통증, 감각저하 등이 발생했을 때, 손을 움직이거나 털어주면 증상이 가라앉는 형식으로 통증과 완화가 반복해서 나타난다. 대개 `수근관 증후군`의 증상을 `손이 시리고 저리다` 또는 `손아귀 힘이 떨어졌다`고 느낀다.

적지 않은 환자들이 노화나 피로 또는 혈액 순환 장애 때문에 생긴 증상으로 자가진단하기 쉬워 한참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곤 한다. 하지만 `수근관 증후군`을 오래 내버려 두면 마비현상이 오거나 근육축의 기능 장애로도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예전에는 빨래나 요리 등 가사활동에서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주부나 직업상 손목을 주로 움직이는 화가, 조각가 등에게서 많이 발생했던 질환이다. 하지만 사무직에 종사하는 인구가 많아지고 PC와 휴대폰의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손목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한 자세로 앉아서 마우스를 손에서 놓지 않고 몇 시간이고 반복해서 클릭을 하고 마우스를 회전하는 동작을 하거나 적절한 휴식 또는 스트레칭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주부들의 반복적인 집안 일은 손목 관절의 인대와 근육에 무리를 주게 된다. 이렇듯 `수근관 증후군`은 일상 생활습관에서 주로 발병하기 때문에 팔에서 발생하는 신경 질환 중 가장 흔하다.

치료법으로는 침과 냉각치료로 손상 조직의 부기를 가라앉혀 원래대로 재생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가벼운 경우 냉각치료(신장분사)와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통증이 가라앉으며, 심한 경우에는 손목에 부목을 대어 1~2주 정도 고정시키거나 약물치료를 하면 어느 정도 증상이 호전된다. 손목 관절 주변의 인대나 근육에 봉 약침치료를 하면 효과적으로 `수근관 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다.

`수근관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손목의 신경이 압박을 받아서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손목을 중립으로 두고 컴퓨터 자판을 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즉 손목에 각이 생기지 않게 하여 부담을 줄여야 한다. 또한 컴퓨터를 할 때는 목과 어깨 근육의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고 한 자세로 장시간 하지 않아야 한다. 1시간에 10분 가량은 중간 휴식을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마우스를 한 자세로 오랫동안 잡고 있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휴식할 때는 잊지 말고 손목 관절과 손가락 스트레칭을 같이 해주도록 하자. 손목 관절과 손가락 스트레칭은 손목과 손가락을 구부리는 근육들과 손가락 사이사이에 있는 작은 근육들을 이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필한방병원 윤제필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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