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 로컬 프로젝트 줍-픽 Joup-Pick 이종관전

이종관, 줍-픽2, 오브제, 2019
이종관, 줍-픽2, 오브제, 2019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쓰레기에 의미를 붙여 생명을 불어넣은 재치있는 전시가 열린다.

청주시립미술관은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견작가들을 1년 동안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 `포룸 (Four Rooms)`을 진행중이다. 세 번째 초대작가는 이종관으로, 오는 9일부터 10월 27일까지 `줍-픽(줍-pick)`전을 연다.

이번 로컬 프로젝트는 일년 동안 포룸이라는 타이틀로 4개의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올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초대된 작가는 성정원, 최익규, 이종관, 이규식 등 4인의 작가다.

세 번째 초대작가인 이종관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이 수년간 여행을 하며 주워온 쓰레기 수집을 위트 있게 보여준다. 그는 무겁고 진중한 예술관에 반기를 들고 주변의 버려진 사물을 활용해 키치한 작업들을 이어오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이나 상투적인 이미지를 전면에 배치해 진부한 듯 세련된 것이 특징이며, 누구나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

이종관 작가는 중미 과테말라의 아티틀란 호수에서 수개월 머문 적이 있는데, 화산 분화로 생긴 커다란 이 호수 주변으로 밀려든 쓰레기로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시도가 표현의 단초가 됐다. 장기 여행자로 그림 그릴 재료나 작업장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주변의 쓰레기들이 물감이 된 셈이다. 그가 주운 쓰레기 오브제들은 여행의 기록물이자 누군가 던져놓아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일종의 기념품이다.

작가는 자신에게는 다양한 기억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이 기념품들이 관람객의 입장에서 보기엔 그냥 쓰레기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설명이 붙지 않은 전시품들은 제3자에게는 한낱 쓰레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이 작가는 이번 전시명을 `줍다`라는 동사의 `줍`과 영어 Pick을 나란히 배치해 `줍-픽`으로 지었다. 무게감을 버리고 최근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줄임말처럼 이름을 붙여 작가 특유의 재치를 보여준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밝히듯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거리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곳곳에서 만난 파편들에게 말을 걸어보며 재미와 감흥을 느끼고, 자신의 이야기로 연결한다. 또 낯선 여행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미지의 시간을 경험하고, 그 장소에서 작은 쓰레기들을 줍는 것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기록한다고 말한다. 남루하고 쓸모 없을 작은 것에 말을 걸고, 그 하찮은 것에서 삶의 위로를 얻는 `이종관표 쓰레기 컬렉션`은 오늘 방문한 우리를 살포시 미소 짓게 한다.

한편, 내년까지 열리는 릴레이 전시 `포룸(Four room)`은 로컬 프로젝트로, 지역의 대표 현대미술가들과 지역의 의미를 재발견하기 위해 기획됐다. 숨겨진 작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소개하고 도시안의 건축, 예술적 커뮤니티, 공간, 매체 등과 협업하며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고 예술적 상상력을 공유한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은 청주시립미술관의 가장 큰 전시공간으로 일층 전시장은 352㎡ 면적에 높이 10m가 넘는 특별한 공간이다. 방송국 메인 공개홀을 미술관 전시장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넓고 높은 공간에는 비디오, 사운드, 조각, 세라믹, 드로잉, 설치, 월 페인팅 등 다채로운 장르들이 넘나드는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조수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종관, 줍-픽3, 오브제설치, 2019
이종관, 줍-픽3, 오브제설치, 2019
이종관, 줍-픽, 오브제, 2019
이종관, 줍-픽, 오브제, 2019
중남미 발품, 중남미 바수라, 침대스프링, 200x435x18cm, 2016-2018
중남미 발품, 중남미 바수라, 침대스프링, 200x435x18cm, 2016-2018

조수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