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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강한 분노의 표출

2019-08-05기사 편집 2019-08-05 08: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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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일본 정부의 부당한 수출규제로 인해 그동안 골이 깊었던 한일 양국 간의 갈등양상은 정치,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일반 국민들의 정서에도 반일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은 무려 36년간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지배했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어른이 돼 자식을 낳는데 걸리는 기간을 약 30년이라고 하고 이 기간을 한 세대라고 한다.

한 세대를 지배당한 민족의 아픔은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들과 강제 징용에 동원된 할아버지들의 생생한 증언이 없더라도 가히 짐작이 될 만큼 설움과 한, 분노가 이미 우리의 유전자 속에 각인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해자인 일본 정부는 지난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은커녕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분야에 큰 타격이 될 산업 부분을 야비한 방법으로 경제 보복을 걸어왔다.

반일감정의 표출이 들끓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분노를 나타내는 방식에도 지나친 감정개입에 의한 공격적인 보복 양상으로 진행되면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남길 뿐 득 될 것이 없다.

인간이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 중에 '노'에 해당하는 화가 나는 감정은 지나치게 밖으로 발산하면 분노조절 장애다.

화라는 감정에는 속상하거나 부당하거나 나의 안전이 위협받았음을 드러내는 일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오해를 받거나 부당한 취급을 받아서 화가 일어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자칫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공격성과 폭력으로 이어지면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수 있다.

분노에 관한 몇 가지 잘못된 믿음들이 있다. 첫째는 화는 참으면 화병도 나고 건강에 좋지 않으니 무조건 발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견해다.

화를 표현하는데 있어 악을 쓰고 소리 지르는 등 지나친 감정의 분출과 원색적 비난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될 수 있고 분노 문제는 오히려 악화된다.

두 번째는 공격적으로 때로는 협박에 가까운 화를 내야 대접받는 것 같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한다는 그릇된 생각이다.

주로 '갑질'이라고 부르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자신이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지위와 힘을 과시하며 일종의 폭력적인 화의 분출을 일삼는 경우다.

갑이 휘두르는 횡포의 두려움으로 인해 일시적으로는 원하는 것을 가질지 모르지만 상대로부터 존중은 받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화는 자신도 어쩔 수 없게 터져 나오는 절대 통제 불가능한 거 아니냐는 견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자신이 느끼는 상황을 항상 통제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을 조절할 수는 있다.

모욕적인 말과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화를 표현할 수 있다. 누군가 우리의 화를 자극하는 버튼을 누를지라도 우리는 항상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

반일 감정이 한여름 무더위만큼 뜨겁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자국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것이 국가가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다.

정치적인 입장에서 서로 강경하게 한일 정상들이 날선 발언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지나친 분노의 감정을 우리 국민들끼리 반일이니 친일이니 편 가르며 적대시하고 서로를 공격해선 안 된다.

우리는 관광적자를 포함한 대일무역적자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을 이번 계기로 알게 됐다.

나를 포함한 소시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이유 없이 타인을 혐오하거나 증오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같은 성능이라면 국산품을 애용하고 지금까지 일본 여행을 즐겼다면 이제는 가까운 유성온천, 동학사 계곡 그리고 계룡산 등 우리 강산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보면 어떨까 한다.

불매운동 같은 화를 드러내는 방식도 조용히, 꾸준히 그리고 은근하게 해야 상대가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다.

오한진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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