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문득문득 모습을 드러낸다. 다이어트를 하려고 샀다 신발장에 고이 모셔놓은 아식스 러닝화,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필기구 통에 꽂혀 있는 제트스트링 볼펜. 양치질을 하려 화장실에 들어서자 딸아이 `헬로 키티` 슬리퍼가 눈에 띈다. 오랜만에 친구와 나서는 낚시도 일본이라는 글자를 지우기 어렵다. 일본산 낚시대를 부러뜨리는 한 낚시채널 유투버의 동영상은 호쾌하게 보이지만 넉넉지 못한 가장으로선 언감생심이다. 골프나 스포츠웨어 분야도 일본산 점유율이 높다. 일본 브랜드인지 아닌지 잘 모르는 제품들도 의외로 많다. 편의점이야 50m만 더 걸어가면 되고 수년간 피워온 담배 브랜드를 바꾸는 정도는 그다지 어렵지는 않지만 완전한 일본산 불매의 길은 복잡하다.
대다수 직장인들도 복합프린터기 등 업무의 상당 부분을 `일본 제품`에 의존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단시간에 대체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장기적으로는 일본 제품 퇴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멀쩡한 물건들을 `메이드 인 재팬` 딱지가 붙었다고 모두 쓰레기통에 처넣기보다는 사용연한이 다하면 자연스럽게 국산이나 다른 나라 제품으로 대체하는 불매운동이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건 즉각적으로 소비가 일어나는 여행이다. 전문가들도 일상적 소비가 큰 여행 불매가 피드백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본다. 기업은 경영 사이클이 길어 제품 불매운동에 장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관광산업과 관련된 일본 현지 자영업자들은 불매운동 충격을 실시간으로 입는다. 바닥 민심이 출렁이면 단시간에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 수는 지난달에만 전년 동기 대비 70-80%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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