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근 대전대 교수
곽현근 대전대 교수
2012년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는 지방정부 시각을 반영한 자치분권·균형발전 로드맵을 전국 최초로 마련하고 추진 중이다. 로드맵에 따라 세종시는 세종형 읍면동 풀뿌리주민자치와 행정모형의 개발에 주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2018년 5월 세종시가 선포한 `시민주권특별자치시`의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세종시가 표방하는 `시민주권`의 관심과 제도화 노력은 우리사회의 지방자치 철학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018년 9월 정부가 발표한 `자치분권종합계획`뿐만 아니라 30년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서도 해묵은 지방자치 의제들을 뒤로하고, `주민주권의 강화`가 최우선 과제로 강조되고 있다. 주민주권 강화는 최근까지 우리사회 지방자치제도의 담론을 지배해왔던 `지방분권`과는 차별화되는 지방자치의 원리를 부각시킨다.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에 초점을 둔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간섭 없이 재량을 가지고 자신의 여건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중앙정부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핵심내용이 된다. 반면, 주민주권 관점은 제도의 초점을 지방정부와 주민과의 관계에 맞추고, 지방정부 주인이 중앙정부가 아니라 주민임을 강조한다. 주민주권 관점에서 지방자치정부는 중앙정부의 목적과 선의에 따라 탄생한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주민들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자기만의 정부`(self-government)를 구성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주민주권은 지방정부 관할구역 안에서의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력은 주민으로부터 유래한다는 것으로서, 주민의 의사와 통제에 따라 지방정부가 운영되어야한다는 `지방민주주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지방자치 제도화의 담론에서 주민주권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은 지방분권만큼이나 지방민주주의가 강화되어야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민주권의 강화는 지방화 시대 물리적으로 가까워진 지방정부와의 관계에서 주민의 주권행사방식이 대표를 뽑는 투표행위로 국한되고, 대의민주제만이 유일한 제도적 대안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주민주권의 강조는 유권자로서의 주민 역할을 넘어서서 좀 더 적극적인 정치행정과정에의 참여를 통해 지역의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실질적 주권자로서의 주민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으로 출범한 세종시는 `시민주권특별자치시` 선포와 함께 주민주권 강화를 위한 테스트베드이자 선도도시로서의 위상을 쌓아가고 있다. 세종시의 주민주권을 위한 노력 가운데서도 읍면동 풀뿌리주민자치 제도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종형 풀뿌리주민자치는 마을조직·마을입법·마을재정·마을계획·마을경제의 5대 분야에 걸쳐 주민자치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다양한 권한을 주민에게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을조직` 내용으로는 리 단위 마을회의와 읍면동 주민자치회의 설치, 읍면동장의 시민추천제를 포함한다. `마을입법`을 위해서는 주민생활 관련 조례·규칙의 제안권을 주민자치회에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재정`의 경우 주민세 전액과 그에 상응하는 시비 등을 토대로 자치분권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주민자치회·주민총회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마을계획`은 읍면동별로 마을계획단을 구성해 마을 현안 사업을 발굴하고, 주민참여예산제의 지역회의와도 연계·운영할 계획이다. `마을경제`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설립과 사회투자기금 도입을 통해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세종형 주민자치모형이 중요한 이유는 다양한 읍면동 행위자들의 개입의 방향을 보여주면서, 종합적 수단을 동원해 상호의존적인 제도적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성공적인 지방자치와 지방정부의 모습은 확장되고 심화된 지방민주주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것은 곧 지방정부 스스로 지방민주주의를 혁신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됨을 시사한다. 시민주권 비전과 함께 풀뿌리민주주의를 위한 읍면동 주민자치의 혁신을 선도해나가는 세종특별자치시를 응원하고 그 성과를 기대해본다. 곽현근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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