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창인 지난 30일 쪽방촌이 밀집해 있는 대전 동구 정동의 한 골목길. 사람 한 두명이 지날 수 있는 골목길에 쪽방촌이 형성돼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무더위가 한창인 지난 30일 쪽방촌이 밀집해 있는 대전 동구 정동의 한 골목길. 사람 한 두명이 지날 수 있는 골목길에 쪽방촌이 형성돼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지난 달 30일 찾은 대전 동구 정동은 찌는 듯한 무더위가 한창이었다. 대전 지역에서 쪽방촌이 가장 크게 형성된 이곳은 250여 가구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었다.

정오가 지나자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고, 쪽방촌 일대가 도심 속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작은 여인숙이 다닥 다닥 붙어 있는 마을에는 더운 집을 벗어나 바깥바람을 쐬러 나온 주민이 보였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연신 닦아내던 그는 "너무 더워져서 방안에 있지를 못해요. 이번 여름 나기는 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마솥 더위가 이어지는 최근 어려운 환경에 놓인 이들이 있다. 바로 쪽방촌 거주자들이다.

대전 지자체는 매년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 해도 어김없이 정책을 내놓았다.

대전시 등은 쪽방 주민에게 냉방 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쪽방 주민에게 선풍기와 쿨토시 등이 지원되고 있다.

시는 재해구호기금 3800만 원을 들여 쪽방 주민의 더위 나기를 돕고 있다.

취약계층이 무더위 속에 건강을 해치거나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돕는 취지다. 에어컨이 켜진 아늑한 곳까지 아니더라도 이 같은 지원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게 쪽방촌이다.

그러나 일부 소외계층은 여전히 무더위에 방치되고 있다.

주머니가 넉넉치 못한 자신의 경제 사정을 부끄러워하는 일부 시민들이 그 경우다.

쪽방 주민 지원 기관인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자존감 문제로 취약계층 일부가 쪽방 주민으로 등록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동구 정동의 허름한 여인숙 앞에서 만난 성모(73)씨는 "자치단체로부터 선풍기를 받아가는 쪽방 주민이 부럽다"고 했다. 깊은 한숨을 내쉰 후 그는 "1평이 채 안 되는 이곳(여인숙)에서 살고 있지만, 가난이 부끄러워 쪽방 주민 등록을 망설이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성씨처럼 쪽방 주민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예산이 한정됐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형편이 어려운 모든 시민을 찾아 냉방 관련 지원을 하고 싶지만, 예산의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상담소 등을 포함한 관계기관과 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김용언·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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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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