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천안 도심의 8층 상가건물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사우나로 사용하던 곳의 내부공사를 진행하다 발생했던 터라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광주에서 27명의 사상자를 낸 복층 구조 붕괴사고가 발생한 건물은 한 해 전에도 추락사고가 있었다. 모두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안전사고이다.

인재는 왜 계속 반복되는지, 참 안타까운 일이다. 2016년 발생한 경주 지진과 그 이듬해의 포항 지진은 국민적 피해와 더불어 건축계에도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주택과 시설물을 전소시킨 강원도 산불과 철거심의를 거치고도 여전히 안전 불감증을 보여준 잠원동 외벽철거 붕괴사고 등, 재난과 재해는 매해 일어나고 있다.

건축물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렇기에 자연적 재난이든 사회적 재난이든 건축물에 대한 피해는 항상 존재하고, 그로 인해 인명피해 역시 발생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대응과 복구의 노력은 크나 사후 처리는 미흡하다. 건물이 무너지거나, 화재가 발생하면 원인에 대한 태생을 알기도 전에 처방전이 내려진다.

외부마감재는 불연 재료로 시공해야 하고, 필로티 건축물은 구조기술사의 확인이 필요하도록 법이 바뀌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국민에게 떠넘긴 채로 대책이 마무리된다.

잠원동 외벽붕괴도 현실적 문제는 직시하지 않은 채 행정절차에 의한 따지기 논리만 펴고 있고, 광주의 붕괴사고도 안전점검만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불법증축, 불법변경 등은 소방공무원이나 식품위생과에서 점검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건축전문가들이 수십만 동의 건축물을 일일이 점검하기에는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점검이라는 명목하에 단기간의 점검이 얼마나 이루어졌는가.

화재에 의한 소방 및 건축물 합동점검, 노후화 건축물의 안전점검과 구조점검 등, 충분한 시간과 전문가에 의한 정밀한 점검 없이는 수박 겉핥기식의 행정처리만 될 뿐이다.

2008년 숭례문 화재는 설날의 마지막 연휴 저녁,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은 한 노인이 방화를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2층 지붕이 무너져 내릴 때 느낀 참담함은 온 국민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날의 국보 1호 방화사건은 그동안의 문화재 관리 체계의 허점을 지적해줬다.

이로 인해 소방시설의 보강 및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일명 IOT를 도입해 화재 및 사회범죄를 대비한 실시간 정보공유의 환경을 만들게 됐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인가. 재난과 재해는 대응하고 복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예방과 대비가 중요하다.

첨단장비와 시스템의 이용과 함께 사회적 불만, 관리부주의, 안전 불감증을 돌아보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

교육과 홍보를 통해 국민의식을 높일 때 진정한 예방과 대비가 이루어졌다 할 수 있다.

매 주말 내리던 비로 나들이객의 발을 묶었던 장마도 이제는 물러가고, 한낮의 뙤약볕으로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시작된다.

장마는 끝났으나 8월에도 태풍예고가 있고, 매 해 태풍으로 발생한 사고 역시 안전 불감증에 의한 인재가 대부분이었다.

해수욕장, 계곡, 관광지, 우리가 살고 있는 곳 모두 `안전`을 예의주시할 때다. 쉴 휴(休), 틈 가(暇) 휴가는 틈을 내서 쉬는 것이다.

한 번쯤은 가까운 충남의 곳곳을 다녀보는 것이 어떨까. 공주에 자리한 마곡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는 사찰로 풍수지리적으로 아주 뛰어나 택리지, 정감록 등에서는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태화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의 물소리를 즐길 수 있는 산책로와 싱그러운 녹음은 여름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올 여름 마곡사를 시작으로, 백제문화유산과 지역의 자연경관을 둘러보며 우리가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것 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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